[마켓인사이트] 대기업 '글로벌 신용등급' 줄줄이 강등 왜?…무디스 '한국기업, 中에 밀린다'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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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정유·철강 등 '투자부적격' 추락 위기
삼성전자·SK텔레콤·LG화학만 A급 유지
삼성전자·SK텔레콤·LG화학만 A급 유지
▶마켓인사이트 2월11일 오후 2시40분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이달 들어 LG전자와 GS칼텍스 신용등급을 ‘Baa3(안정적)’로 한 단계씩 강등했다. 투자적격 10단계 신용등급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한 단계만 더 떨어지면 투자부적격, ‘정크(junk)’ 등급으로 분류된다.
투자부적격 등급 추락 기업은 자금 조달 여건이 현격히 나빠져 글로벌 자금시장에선 ‘추락한 천사(fallen angel)’로 부른다. 국내 대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년간 민간기업 ‘절반’이 강등
11일 무디스에 따르면 LG전자와 GS칼텍스 신용등급 강등으로 투자적격 최하위 등급으로 평가받는 국내 기업은 현대제철과 포스코건설을 포함해 4곳으로 늘어났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건설은 Baa3 신용등급에 ‘부정적’ 등급 전망까지 붙어 있어 글로벌 자금시장에서 정상적인 자금 조달이 힘든 상황이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보통 2년 안팎의 중기적 관점에서 신용등급이 추가로 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다.
공기업 12개를 포함해 국내 33개 기업에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무디스가 이들 신용등급을 본격적으로 떨어뜨리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다. 현재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민간기업 20곳 중 절반에 가까운 9곳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거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존에 ‘낮은 투자 위험’을 의미하는 A급(A1~A3)으로 평가받다가 ‘보통 수준의 위험’으로 읽히는 Baa급(Baa1~Baa3)으로 떨어진 기업만 포스코, KT, 롯데쇼핑, 이마트 네 곳에 이른다. A급 신용을 갖춘 민간기업은 이로써 삼성전자(A1), SK텔레콤(A3), LG화학(A3) 세 곳만 남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등급 강등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 심화와 소비경기 침체를 꼽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6일 LG전자 등급을 떨어뜨리며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경쟁력 강화가 수익성에 부담을 줄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이튿날 GS칼텍스 강등 평가자료에선 “중국을 비롯한 인도와 중동 국가들의 생산능력 확대로 힘든 영업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철강 업황과 상관관계가 높은 포스코건설, 현대제철의 경우도 중국 중심의 글로벌 업황 변화가 추가 강등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구조적 문제” VS “일시적 조정”
다수의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 성장이 지속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 신용을 악화시킬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국 기업의 성장세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전망과 겹치는 것도 좋지 않은 징후로 본다.
이경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살아나고 있고 중국은 한국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며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글로벌 경쟁 구도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만큼 앞으로도 극소수를 제외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신용등급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적격 민간기업 중 2012년 이후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이 좋아진 곳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계열 3사(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네 곳에 불과하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뢰를 잃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평가 기준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과거에도 신용등급 고평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신흥국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비난을 받은 경험이 있다.
윤영환 서울신용평가정보 상무는 “국내 우량 기업들의 사업적, 재무적 안정성이 과거에 비해 나빠진 것은 별로 없다”며 “그보다 신용평가사의 관점이 위기 이후 점차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 신평사들도 등급 고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강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이달 들어 LG전자와 GS칼텍스 신용등급을 ‘Baa3(안정적)’로 한 단계씩 강등했다. 투자적격 10단계 신용등급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한 단계만 더 떨어지면 투자부적격, ‘정크(junk)’ 등급으로 분류된다.
투자부적격 등급 추락 기업은 자금 조달 여건이 현격히 나빠져 글로벌 자금시장에선 ‘추락한 천사(fallen angel)’로 부른다. 국내 대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년간 민간기업 ‘절반’이 강등
11일 무디스에 따르면 LG전자와 GS칼텍스 신용등급 강등으로 투자적격 최하위 등급으로 평가받는 국내 기업은 현대제철과 포스코건설을 포함해 4곳으로 늘어났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건설은 Baa3 신용등급에 ‘부정적’ 등급 전망까지 붙어 있어 글로벌 자금시장에서 정상적인 자금 조달이 힘든 상황이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보통 2년 안팎의 중기적 관점에서 신용등급이 추가로 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다.
공기업 12개를 포함해 국내 33개 기업에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무디스가 이들 신용등급을 본격적으로 떨어뜨리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다. 현재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민간기업 20곳 중 절반에 가까운 9곳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거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존에 ‘낮은 투자 위험’을 의미하는 A급(A1~A3)으로 평가받다가 ‘보통 수준의 위험’으로 읽히는 Baa급(Baa1~Baa3)으로 떨어진 기업만 포스코, KT, 롯데쇼핑, 이마트 네 곳에 이른다. A급 신용을 갖춘 민간기업은 이로써 삼성전자(A1), SK텔레콤(A3), LG화학(A3) 세 곳만 남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등급 강등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 심화와 소비경기 침체를 꼽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6일 LG전자 등급을 떨어뜨리며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경쟁력 강화가 수익성에 부담을 줄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이튿날 GS칼텍스 강등 평가자료에선 “중국을 비롯한 인도와 중동 국가들의 생산능력 확대로 힘든 영업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철강 업황과 상관관계가 높은 포스코건설, 현대제철의 경우도 중국 중심의 글로벌 업황 변화가 추가 강등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구조적 문제” VS “일시적 조정”
다수의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 성장이 지속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 신용을 악화시킬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국 기업의 성장세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전망과 겹치는 것도 좋지 않은 징후로 본다.
이경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살아나고 있고 중국은 한국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며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글로벌 경쟁 구도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만큼 앞으로도 극소수를 제외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신용등급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적격 민간기업 중 2012년 이후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이 좋아진 곳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계열 3사(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네 곳에 불과하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뢰를 잃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평가 기준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과거에도 신용등급 고평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신흥국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비난을 받은 경험이 있다.
윤영환 서울신용평가정보 상무는 “국내 우량 기업들의 사업적, 재무적 안정성이 과거에 비해 나빠진 것은 별로 없다”며 “그보다 신용평가사의 관점이 위기 이후 점차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 신평사들도 등급 고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강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