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유리 루쉬코프 전 모스크바 시장이 소치 동계올림픽에 지나치게 많은 준비 비용이 들었고 개막 공연은 런던 올림픽 공연을 베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루쉬코프 전 시장은 9일(현지시간) BBC 방송 러시아어 인터넷판과 인터뷰에서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야심작인 소치 올림픽에 대해 이같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정확히 분석은 해보지 않았지만 소치 올림픽 개최 비용은 역대 최대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러시아의 성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사로 인해) 도시가 몇 년 동안이나 주민들이 생활하기에 아주 불편한 상태에 처해있었던 데 대해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치 올림픽 준비엔 올림픽 역사상 최대 규모인 500억 달러(약 54조원) 이상이 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는 그러나 이는 도로, 철도 등의 인프라 건설 비용을 모두 합친 것으로 대회 자체 시설 건설에는 70억 달러 정도밖에 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루쉬코프도 올림픽 시설에 대해선 훌륭하다며 시설을 설계하고 건설한 건설사들은 축하를 받을만하다고 평했다.

그는 그러나 "소치가 예전의 조용한 휴양 도시에서 유흥의 도시로 변모했다"며 "이것이 좋은 일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루쉬코프는 소치 올림픽 개막식 공연에 대해서도 혹평했다.

그는 "2년 전 영국 런던 올림픽에도 참석했었다"면서 "이번 개막식은 런던 하계 올림픽 개막 공연의 성공적이지 못한 복사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감스럽게도 2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느꼈던 그런 흥분을 경험하지 못했다"며 "과거에 대한 회고가 많았지만 정작 정말 중요하고 획기적인 사건들에 대한 역사는 보여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소련 붕괴 직후인 1992년부터 18년 동안 모스크바 시장을 지낸 루쉬코프는 사업가 부인을 비롯한 가족이 연루된 부정부패와 정실주의 등의 문제로 여론의 비난을 받다 2010년 9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에 의해 전격 해임됐다.

시장직을 그만두기 전까지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 공동의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이후 외국을 오가며 조용히 지내고 있다.

2010년 한때 세계 3대 여성 갑부 목록(경제전문지 포브스 조사)에 들기도 했던 부인 바투리나도 현 정권과의 갈등으로 최근 몇년 동안 주로 영국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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