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HB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 HB엔터테인먼트
카페모카의 ‘모카’와 ‘목화’를 구분하지 못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모카를 들여온 문익점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글을 남겼다. 네티즌에게 집중포화를 맞고, 난처할 때면 “쏴리(sorry)”라는 정체불명의 발음을 남발한다. 실연당한 슬픔은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목놓아 부르며 해소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만의 외로움을 간직한 여배우의 모습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톱스타 전지현이 연예계 스타 천송이 역을 능란하게 소화하면서 400년 전 지구에 온 외계인 도민준(김수현)과의 사랑을 애틋하게 그려내고 있다. SBS ‘해피투게더’(1999) 이후 14년 만의 성공적인 TV 드라마 복귀다. 전씨는 “천송이는 딱 나 같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첫 전파를 탄 ‘별에서 온 그대’는 ‘전지현 효과’를 톡톡히 보며 30%대 시청률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년) 때보다 한층 성숙해진 전지현표 연기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코믹연기

[텐아시아] 전지현, 천송이로 다시피다
대중과 소통한 그의 무기는 무엇보다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코믹 연기’와 ‘변화무쌍함’이다. 안하무인의 톱스타 캐릭터로 무식함까지 겸비한 천송이라는 인물을 특유의 발랄함으로 코믹하게 그려내면서 대중과의 친근한 소통에 성공한 것.

밖에서는 도도한 스타지만 집에서는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며 뛰어다니는가 하면 악성 댓글에 목놓아 운다. 자신의 사랑 고백을 거절한 도민준에게 저주의 문자 폭탄을 보내는 만행을 보이기도 한다. 이길복 촬영감독은 “전지현은 천송이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화장이 번지거나 옷이 헝클어져도 몸을 사리지 않고 열연한다”고 칭찬했다.

극 중 코믹한 모습은 ‘자연인 전지현’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전씨는 “작품을 처음 접하고 캐릭터와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는데 그중 천송이라는 인물은 ‘딱 나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며 “백치미가 있어 코믹한 분위기가 흐르면서도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흔히들 ‘망가진다’고 표현하지만 이것은 배역에 대한 몰입의 다른 표현”이라며 “전지현은 이런 점에서 연기자와 배역이 하나로 어우러져 어떤 게 진짜인지 알 수 없게 되는 대체 불가한 몰입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10년간 꾸준히 쌓아 온 내공

코믹함이 전부는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하며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해 온 천송이가 겪은 삶의 무게를 내비치기도 한다. 자신의 사랑을 외면하는 남자 앞에서 오래도록 간직해 온 순정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진한 외로움과 슬픔을 보여준다.

전씨는 1998년 SBS 드라마 ‘내 마음을 뺏어봐’로 데뷔해 영화 ‘엽기적인 그녀’로 전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이후 10여년간 배우로서는 별다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영화 ‘4인용 식탁’ ‘슈퍼맨이 된 사나이’, 해외 합작 영화 ‘블러드’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변신을 시도했으나 ‘연기보다는 CF 스타’라는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2년 흥행작 ‘도둑들’과 2013년 ‘베를린’에서 연기력을 과시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이번 ‘별에서 온 그대’에서 큰 폭발력을 발휘했다. 여기에는 영화 ‘도둑들’에 이어 두 번째로 함께 연기한 김수현과의 시너지 효과도 존재한다. 그는 “김수현과 호흡을 맞출 때 서로 부족하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런 느낌이 서로를 빛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며 “처음 촬영할 때 굉장히 떨렸고 지금도 촬영 때마다 설렌다”고 말했다.

결혼 후 연기력은 더욱 안정됐다. 전씨는 “일단 작품에 대한 매력이 컸지만 선택할 때까지 주위 분들이 큰 힘이 됐다”며 “특히 신랑의 응원 없이는 어떤 일이든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서윤 한경 텐아시아 기자 ciel@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