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스포츠 디자이너'를 키워라
창조경제의 본질은 스타트업(start-up) 등 소규모 창업자들의 지식재산권과 그들 조직의 인적 자원을 인정해 주는 데에 있다. 창조경제의 키워드인 산업 간 융복합 또한 정보기술(IT) 관련 사업범위를 넘어선 협력을 요구한다. 기존 산업 분야는 창조적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 아이디어로 뭉친 스타트업의 사업성을 검토해 다른 업계 조직들과 협업을 유도하는 방식이야말로 일자리 창출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스포츠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국내 스포츠산업 중 비교적 뒤처진 분야가 디자인이다. 기능성만 놓고 보면 해외 스포츠 브랜드 제품과 다를 바가 없지만, 디자인에서는 ‘핫(hot)’하다고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내 스포츠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미약한 이유도 언어 장벽이나 판로 개척이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다. ‘첫눈에 반할 수 있는, 소름 끼치는 디자인’의 제품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제품의 기능성, 내구성, 디자인 요소까지 ‘거부할 수 없는 스토리’로 포장하는 마케팅 능력 역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디자인과 마케팅은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 영원한 숙제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스포츠와 디자인의 융복합 교육 시스템의 도입이 절실하다. 스포츠 따로, 디자인 따로 배우는 제도는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 스포츠에 대한 지식과 열정, 팬들의 심리와 정서를 꿰뚫는 전문 디자이너 양성은 스포츠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스포츠산업 내 전문인력 양성은 스포츠 경영과 마케팅 쪽에 치중했던 게 사실이다. 스포츠산업의 일자리 수요는 하늘을 찌르지만 공급은 제한적이다. 새로운 발상을 토대로 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투입시키지 않는 이상,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스포츠란 상품을 세일즈하는 전문인력 육성도 절실하다. 얼마 전 국내 개봉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1990년대 월스트리트에서 주가조작으로 수백억달러를 챙겨 교도소 생활을 해야 했던 실존 인물을 그린 영화다. 인턴 사원에겐 전화 한 대만 놓인 책상과 잠재 고객 명단뿐이다. 그 외엔 “걸어라, 그리고 유치하라”는 두 마디 지시만 받는다. 놀랍게도 이런 ‘원시적인’ 고객 유치 방법은 오늘날 미국 프로스포츠 산업계에 일상화돼 있다.

미국 프로스포츠 구단 프런트 인력의 절반 이상이 이런 영업직 사원이다. 그들은 스폰서십, 광고권, 중계권, 기념품, 음식, 주차권 등 팔 수 있는 것은 다 판다. 그들이 파는 ‘스포츠 상품’의 핵심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자체이겠지만, 부수적인 상품을 끊임없이 기획해 매출을 올린다. 스포츠 산업화의 본질은 이처럼 철저한 상품화와 그 무수한 상품을 팔아내는 데에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은 모기업 지원이라는 태생적인 축복(?)으로 인해 본격적인 산업화 길을 걷지 못했다. 수익모델 창출보다 리그순위가 먼저였지만 머지않아 국내 구단들에게도 ‘팔지 않으면 죽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는 국내 스포츠산업이 한 단계 성숙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스포츠산업 역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부리나케 판매하는 전문 세일즈 인력의 육성이 시급하다.

새로운 일자리는 새로운 발상에서 비롯된다. 그동안의 통념까지 깨버려야 새로운 돈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스포츠산업의 융복합 사업기회는 의외의 분야에 존재할 수 있다. 발상을 전환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며 업자들의 용기와 결단이 합친다면 스포츠산업에서 신규 일자리 창출의 돌파구를 열어젖힐 수 있다. 통념과 관행을 버려야 새로운 것도 만들 수 있다.

최준서 < 한양대 스포츠경영학 교수 aliphex@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