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도 풀지 못한 조직의 비밀
레이 피스먼·팀 설리번 지음 / 이진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320쪽 / 1만6000원
“당신이 한 일을 보고 매우 황당했다. 나는 당신과 당신 가족이 이집트로 올 수 있게 7만5000루피를 구해줬다. 그런데 당신은 회계 담당자에게 지출 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 (중략) 나는 당신에게 알 카에다 규정을 어길 경우 처벌받는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 모하메드 아테프가 부하에게 보낸 메모의 일부다. 겉보기에 관료주의도 없고 위계질서도 무시할 것 같은 테러 조직조차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영수증 처리는 철저히 한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현대 사회의 모든 사람은 조직에 속해 있다. 출생과 함께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만나고 학교·직장 등 다양한 조직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조직은 경제학의 관심 밖에 속했다. 《경제학자도 풀지 못한 조직의 비밀》은 “왜 우리에게 조직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저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학자들은 직장이나 조직을 ‘블랙박스’로 여겨왔다”며 “조직이라는 블랙박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은 경제학 종사자들의 관심 밖이었다”고 말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1 대 1로 거래하던 과거의 시장에 비해 현대 사회는 매우 복잡하다. 생산자와 소비자 중간에 유통업자가 끼어들었다. 하나의 상품을 생산하려면 부품 담당, 기술 담당 등 전문성을 가진 수많은 사람이 함께 일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저자들이 “조직은 현대 사회의 ‘보이지 않는 손’과 같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조직은 시장과 달리 ‘가격’이 아니라 ‘사람’이 결정한다. 결정권이 있는 사람은 ‘상사’라고 불린다. 종종 규칙이 ‘결정’을 하기도 한다. 임금 수준이나 출근 시간, 휴식 시간의 횟수와 길이 등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런 규칙을 정하고 바꾸는 것 역시 ‘상사’다.
조직은 거래나 계약을 성사하기 위해 발전시켜온 최적화된 형태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조직 내에서 불가피하게 생겨나게 되는 기능 장애들은 조직의 존재를 위한 타협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알 카에다 같은 테러 조직도 영수증 처리와 같은 업무들을 통해 조직을 유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몸담은 조직은 완벽과는 거리가 멀고 온갖 장애물을 갖고 있지만 이는 ‘조직적 힘’을 만들어내기 위해 치러야 하는 일종의 ‘거래비용’인 셈이다.
저자는 “아무리 똑똑한 개인이라고 해도 무능한 조직의 힘을 이겨낼 수 없다”며 “인류가 진화해 오고 생존해온 가장 큰 힘이야말로 바로 ‘조직을 만들어내는 힘’이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맥주 소비량이 세계 15위로 집계됐다.24일 일본 기린홀딩스의 '2024년 국가별 맥주 소비량'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맥주 소비량은 230.7만 킬로리터(KL)로 170개 국가 중 15위에 올랐다. 이는 전년 대비 0.7% 증가한 수치다.기린홀딩스는 각국 맥주협회를 대상으로 독자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와 최신 해외 자료를 바탕으로 전 세계 170개 주요 국가와 지역의 맥주 소비량을 집계했다.기린홀딩스에 따르면 한국인 한 명이 1년간 마신 평균 맥주 소비량은 44.6L로, 약 70.5병(633mL 기준)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0.6병 증가했다.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4053.4만 KL)으로 22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어 미국(2234.0만 KL)이 2위, 브라질(1530.4만 KL)이 3위에 올랐고, 일본(413.5만 KL)은 11위로 집계됐다.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 1위는 체코로, 인당 148.8L를 마신 것으로 집계됐다. 이 부문에서 체코는 32년 연속 1위다.세계 맥주 총소비량은 1억 9412만 KL로 전년 대비 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쿄돔 약 157개를 가득 채우는 분량에 해당한다고 기린홀딩스를 전했다.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한국 영화계에서 SF는 무덤이다. 흥행으로 보나 비평으로 보나 지금껏 성공한 적이 거의 없다. 멀게는 심형래의 <용가리>와 <D-워> 같은 작품이 있었지만 그건 대체로 열외로 치는 분위기이다. SF 장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으로선 어려운 허들 경기인 셈이었는데 하나는 테크놀로지와 그것을 구현하는 자본력이었고 또 하나는 개연성을 지닌 상상력과 스토리였다.전자의 경우 본격 SF 장르를 구현하려는 시도는 넷플릭스의 등장 이후에 이루어졌다. 감독 조성희의 <승리호>(2021)와 함께 배우 정우성이 제작한 8부작 <고요의 바다>(2021)가 잇따라 선보였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자본과 기술력(CG, VFX)의 발전은 눈부셨지만 스토리 면에서 불안정했다. 이야기의 목표지점이 분명하지 못했으며 대중적인 재미도 선사하지 못했다. 그래도 강수연의 유작 <정이>는 액션감이 있고 스토리의 구성력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과거 할리우드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냄새가 났다. 에피소드를 반복하면서 전체 서사를 진화시키는 구조였다. 주인공이 죽었다가 다시 직전 과거로 돌아가 죽을 상황 하나하나를 개선하거나 극복해 가는 이야기이다. 어느 정도 주목은 받았지만, 수작이라는 평가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SF는 사실 미래를 얘기하려는 장르가 아니다. 현시점의 정치·경제·사회적, 인간적 난제를 상상력의 테두리 안에 넣고 역설의 해법을 찾아 나가려는 목적성을 지닌다. 사이즈와 자본력의 차이는 차치하고 할리우드의 수많은 SF 영화들, 예컨대 <듄>이나 <아바타>, 그리고 감독 봉준호의 <미키17>이 결국 미래가 아닌 현실과 과거를 더욱 명료하게 바
도쿄, 이미지 포럼늘 도쿄에 가면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다. 바로 아오야마에 위치한 ‘이미지 포럼’이다. 이미지 포럼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원더랜드’ 같은 곳이다. 작은 독립/예술영화관이지만 50여 년이 넘게 꾸준히 관객들을 이끌고 있는 곳, 주옥같은 고전과 눈이 번쩍 뜨이는 독립 영화 신작들이 혼재하는 곳, 영화를 보지 않아도 늘 관계자들과 관객들이 지난 길에 들러 보는 사랑방 같은 공간. (특별히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도 없는데 말이다).이번에 이미지 포럼을 방문했을 때도 그 작은 로비에 사람들이 북적북적 모여 있었다. 야마가타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프로그래머, 일본 베이스의 말레이시아 감독 카 와이 림, 그리고 극장의 단골 관객들. 사실 카 와이 림 감독과는 친구 사이다. 이번 도쿄 여정이 너무 짧아서 미리 말하고 오지 않았는데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그에게 매우 원망을 들었다). 그의 데뷔작 <After All These Years> 를 복원 상영하는 중이었다. 월요일이었지만 이날 역시 이미지 포럼은 ‘풀 하우스’였다. 이미지 포럼에서는 지금도 진화가 멈추지 않는다. 영화의, 아티스트의, 그리고 영화 문화의. 이번에는 이미지 포럼의 디렉터, 카도와키 켄지 상을 만나 이미지 포럼의 자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켄지 상은 이미지 포럼에 언제 합류했으며 현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이미지 포럼은 극장이기도 하지만 ‘이미지 포럼 무빙 이미지 인스티튜트’라는 교육 기관, 그리고 이미지 포럼 영화제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영화 문화 단체이다. 나 역시 이미지 포럼 인스티튜트에서 실험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