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에 취한 러시아…'문제는 경제야'
7일 개막하는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 국민은 한껏 들떠 있다. 이번 동계 올림픽이 옛 소련 붕괴 과정에서 상처 입은 국가 자존심을 회복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러시아 정부가 동계올림픽 준비에 500억 달러라는 거금을 쏟아부은 이유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파티’가 끝난 이후 러시아 경제는 적잖은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고 5일 경고했다. 동계 올림픽 때문에 잠시 관심권 밖에 밀려나 있는 러시아 경제의 각종 문제점이 올림픽 이후 다시 수면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계기는 1분기 경제지표 부진이 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4.5%를 기록한 이래 줄곧 하락해 지난해엔 1.3%까지 추락한 것으로 세계은행은 추정하고 있다. 이 여파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올 들어 6.44% 하락, 최근 5년 새 최저 수준이다. 이 기간 주식시장(RTS지수)도 10.46% 급락했다. 컨설팅회사 매크로어드바이저리의 크리스 웨퍼 파트너는 “동계 올림픽 직후 발표될 1분기 경제 지표들은 작년 4분기보다 훨씬 안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 경제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어서다. 러시아 기업들의 투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치·경제 불안 때문에 기업들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투자를 늘리고 있어서다.

러시아 정부는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고 건설 허가를 보다 신속하게 내주는 등의 개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향후 러시아 경제에 대한 기업들의 시각이 여전히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주러시아 독일 상공회의소가 최근 러시아 소재 해외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러시아 경제가 올해 정체 상태에 머물 것이라고 답했고, 14%는 작년보다 더 후퇴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금융부문의 비효율 역시 러시아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2010년 이후 은행들이 소매금융에 집중하면서 중소기업은 은행으로부터 대출받기가 힘들어졌다. 아울러 중앙은행과 경제부처가 각종 경제 현안에서 불협화음을 낸 탓에 푸틴 경제팀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낮다는 점도 러시아 경제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가속화되면 수출이 러시아의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낙관론을 펼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루블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 수출에는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