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킬번의 ‘편지쓰기’(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조지 킬번의 ‘편지쓰기’(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젊은 여인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상대는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일까. 화가가 그의 왼편(감상자의 오른편)에 한 다발 핑크빛 장미를 슬며시 놔둔 걸 보면 그런 추측이 틀림없다. 그의 표정은 누가 봐도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여인의 그것임을 숨길 수 없다.

영국화가 조지 킬번(1839~1924)의 ‘편지쓰기’는 아날로그 시대의 연애 방정식을 잘 보여준다. 잔잔한 문구로 상대편의 마음에 서서히 스며들어가 사랑의 영토를 갈무리하는 견고한 사랑법 말이다. 그가 쓰고 있는 한 뼘의 편지 속에는 하늘을 가리고도 남을 무한한 열정이 담겨있고 매 단어마다 사랑의 텃밭을 다지는 두툼한 시간의 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