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력 돋보인' KDB·한국밸류운용
새해 첫달 국내 증시는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출발했지만 중국의 경기지표 저조, 신흥국 통화 위기 등 각종 악재로 5% 넘게 급락하며 국내주식형펀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나마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액티브주식펀드의 운용성과는 시장 대비 선방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15% 안팎의 수익을 거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이 연초 급락장에서도 돋보이는 시장 방어력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피델리티, 우리, 신한BNPP, 하나UBS 등은 5~6% 손실을 보면서 새해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가치주 운용사 선방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연초 이후 자산운용사들의 액티브주식일반펀드 성과(28일 기준)는 -4.26%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 기간(1월1~27일) 코스피 지수가 5.02% 급락한 것과 비교할 때 매니저의 종목 선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액티브일반주식형 펀드들이 시장을 웃돌며 선방했다.

저평가 가치주로 선별 투자하는 한국밸류운용(-2.87%)과 신영운용(-3.01%)은 이번 하락장에서도 시장 대비 2%포인트 웃도는 성과를 올렸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포트폴리오 베타가 0.65로 기본적으로 하락장에서 방어력이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주춤했던 중소형주(40% 비중)가 1월 하락장에서 잘 버텨준 덕분”이라고 했다. 이어 “시장이 불투명한 지금이 적극 주식을 담아야 할 시점”이라며 “전반적으로 기업 성장이 둔화되고 있어 성장형 주식보다는 수익가치, 자산가치에 초점을 두고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저 주가순이익비율(PER)주 위주로 선별 투자하는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DB·미래에셋, 시장 방어력 돋보여

새해 첫달 주식운용 성과에서 눈에 띄는 운용사는 KDB자산운용이다. 액티브주식펀드의 운용 규모는 2245억원으로 작지만 1월 한 달 -1.42%의 수익률로 가장 손실이 적었다. 지난해부터 시장의 변동성을 염두에 두고 리스크 헤지 전략을 중요시한 덕분에 시장 방어력이 돋보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표 펀드인 ‘KDB코리아베스트하이브리드자’가 0.40%의 수익률로 선전했다. 데이비드 전 KDB산은자산운용 대표는 “올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며 “주식의 매수, 보유 전략은 박스권 내에서 수익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경기방어주로 편입하고, 시장 변동성이 커져도 위험 대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수선물을 통해 시장 하락에 대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액티브주식펀드 설정액이 5조3401억원으로 가장 많은 미래에셋도 이번 하락장에서 약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국내주식형펀드 성과가 저조했지만 연초 이후 -3.44%로 설정액 1000억원 이상 운용사 중에서 5위의 성과를 거뒀다. ‘미래에셋인디펜던스K-3’ ‘미래에셋디스커버리’ 등 대표 펀드들이 연초 이후 2% 안팎의 손실로 시장을 방어한 덕분이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기업 이익의 변동성이 큰 종목을 줄이고 호텔, 카지노 등의 서비스업종과 헬스케어, 음식료주 비중을 확대한 게 시장 대비 선방했다”며 “올 1분기까지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반영돼 음식료를 비롯해 실적이 안정적인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