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압유지 '벌크헤드' 공급…"항공기부품 강소기업 될 것"
임수홍 오르비텍 사장(사진)은 최근 서울 구로 오르비텍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당시 납품계약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조만간 추가 수주 소식을 알리겠다”고 장담했다. 두 건의 납품계약을 논의 중이고, 이 가운데 한 건은 한두 달 안에 가시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기업으로부터 외주받는 물량뿐만 아니라 해외 항공 업체들로부터 직접 계약을 따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스트와 전략적 제휴
임 사장은 2001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출신 임직원들이 창업한 항공기 부품업체 아스트에 창업 멤버로 참여했다가 작년 3월 오르비텍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파괴검사(시험체를 손상시키지 않고 건전성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가 주력 사업인 오르비텍은 신규 사업을 물색 중이었고, 아스트는 수주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해 ‘전략적 동반자’를 찾고 있었다. 아스트는 국내 항공기부품 업체로는 이례적으로 해외시장을 직접 공략해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에 수출하는 회사다. 2012년 매출 447억원과 영업이익 41억원을 거뒀다.
아스트는 오르비텍의 최대주주 이의종 회장으로부터 지분 일부(4.83%)를 인수했고, 임 사장을 보내 기술 노하우를 전수했다. 임 사장은 아스트로부터 외주를 받아 시험 제조를 마친 뒤 작년 11월 경남 사천에 오르비텍 공장을 세우고 본격적인 생산에 나섰다.
○“항공기부품 경쟁력 있다”
임 사장은 “지난해 말 수주한 물량은 ‘벌크헤드’란 부품으로 얇은 알루미늄 판을 구부리고 뒤트는 판금성형, 두께가 3~4㎜ 이상 되는 판을 깎는 기계가공이 핵심 제조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벌크헤드는 항공기 동체의 꼬리부분에 세로 방향으로 세우는 경막으로, 하중을 분산시키고 항공기 내외부 기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1985년 520명의 사망자를 낸 일본항공 추락사고의 원인이 벌크헤드의 정비 불량이었을 정도로 항공기의 핵심 부품이다.
그는 “항공기 부품 제조는 대부분 수작업이어서 노동력이 많이 들어간다”며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기술력은 높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우 인건비는 한국보다 훨씬 낮지만 기술이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국가적으로 고용창출 효과와 부가가치가 큰 항공기 산업을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항공 강소기업 많이 나와야”
임 사장은 “국내에서는 KAI와 대한항공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하청업체 대부분이 매출 100억원 미만으로 매우 영세하다”며 “아스트, 오르비텍같이 규모 있는 협력사들이 자꾸 나오는 게 산업이 발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공 분야에서 설계기술이나 소재기술을 확보하는 데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지만 벌크헤드 같은 부품은 중소기업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분야”라며 “오르비텍은 항공기 부품업계에서 특화된 ‘강소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