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대표사례라면서 KS 등록도 안돼…'韓紙로 만든 섬유' 수출 전전긍긍
국내 최초로 한지로 만든 원단을 생산하는 트로아의 한송 사장(사진)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유명 명품업체에 원단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수출을 앞두고 있지만 원단 표시 기준이 마땅치 않아서다. 한 사장은 “한국에서는 한지사(絲)로 표기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며 “국내에서도 국가표준(KS)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연초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융·복합 대표기업으로 꼽기까지 한 한지 원단업체가 정부의 공식 표시 기준 미비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지 원단은 닥나무 속살로 만든 한지를 잘게 자른 뒤 꼬아 실로 만든 것이다. 통풍이 잘되고 가벼워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 데다 질긴 특성을 지녔다. 천연염료를 사용해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지사는 세계적으로 통하는 표시 기준이 따로 없다. 옷과 같은 섬유 제품을 판매하거나 수출할 때는 섬유 조성 및 혼용률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 때문에 트로아는 제품을 수출할 때는 한지가 아닌 ‘paperyarn(지사·紙絲)’이라고 표시해 왔다. 일본의 전통종이 와지 원단과의 차별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더욱이 미국 등 선진국은 친환경 원단의 혼용률 표시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미국 연방통상위원회는 아마존, 메이시스, 시어스 등 소매업체 네 곳에 레이온 소재 의류를 대나무 소재로 표시해 판매한 혐의로 총 126만달러의 벌금을 물렸다. 레이온 생산 과정에서 대나무 소재가 사용되더라도 레이온이라는 걸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국내에서조차 공식 표준이 없는 점이다. 한지사는 아직까지 KS로 공식 등록돼 있지 않다. 국제표준(IS)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IS가 되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우선 KS로 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로아는 미국 바니스백화점, 프랑스 콜레트백화점 등 세계 6개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명품업체 공급이 알려지면서 판로가 더 확대될 것으로 트로아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 사장은 “한지로 만든 제품을 한지로 표시할 수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KS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지난 2일 전북 전주를 방문해 ‘임실치즈마을’ ‘무주 머루와인동굴’ 등과 함께 트로아의 한지 원단을 소개하며 “정부는 이 같은 민간의 융·복합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인프라 조성,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