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3개사를 인수하게 되면 금융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일단 농협금융의 총자산은 290조원으로 불어나 단숨에 4대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경우 다른 금융지주를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로 종합 금융그룹으로서의 도약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4대 금융지주 도약

농협금융이 우투증권 패키지를 품에 안으면 총자산이 약 255조원에서 290조원으로 늘어난다. 자회사 매각작업을 하고 있는 우리금융을 빼고 나면 신한(317조4000억원) KB(297조원) 하나(296조5000억원)에 이어 농협금융이 근소한 차이로 4대 지주 반열에 올라선다. 증권과 보험 부문은 각각 4대 지주 가운데 1위사가 된다.

자기자본에서도 농협금융은 20조1000억원으로 신한(29조5000억원), KB(25조4000억원), 하나(20조4000억원)에 이어 명실상부한 4대 지주가 된다.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대등한 수준으로 규모가 확대됨으로써 경쟁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자산·이익 포트폴리오 개선

농협은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농협금융의 자산 및 이익 포트폴리오도 개선된다. 우투증권 패키지 인수 후 농협금융의 비은행 부문 자산 규모는 약 94조원으로 전체 자산의 32.6%에 달한다. 현재 비은행 부문 자산 규모는 24% 선이다.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은 “지금까지는 그룹 내에서도 은행만 바라보고 있었으나 앞으로는 은행과 비은행 부문이 균형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 구조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농협은행 수익성 악화로 고전했다. 2012년 기준으로 보면 농협은행에 대한 농협금융의 순익 의존도는 83.5%에 달한다. 경쟁사인 신한금융지주(62%), KB금융지주(80%) 등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농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2010년 말 2.32%에서 지난해 6월 1.88%까지 떨어졌다. 특히 협동조합 수익센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안정적인 이익 창출 기반이 뒷받침될 수 있다는 게 농협금융의 생각이다.

○한국 대표 금융그룹 노린다


임 회장은 우투증권 인수가 직원들의 야성을 깨우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임 회장은 “전국 어디서나 은행·증권·보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농협금융은 이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국내 대표 금융지주가 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세웠다. 우선 올해 총자산 300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경쟁사 수준의 규모화 및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

내년에는 자회사 간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에 지주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쟁사보다 낮은 생산성과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임 회장은 “2020년에는 총자산 420조원으로 국내 대표 금융지주의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며 “해외 인수합병(M&A) 추진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의 리더십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