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찾은 황우여 >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15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자승 총무원장과 합장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계종 찾은 황우여 >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15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자승 총무원장과 합장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이 6·4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잇따라 ‘우(右)클릭’하고 있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경쟁적으로 ‘좌(左)클릭’ 경쟁을 벌였던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지난 선거에서 좌클릭을 새누리당이 주도했다면, 이번 우클릭은 민주당이 이끌고 있다. 새누리당이 두 선거에서 승리한 뒤 경제민주화에서 경제 활성화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상황에서 김한길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민주당의 ‘우클릭’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의 정책 기조인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강조하면서도 민생을 화두로 내세웠다. 특검 요구를 제외하고는 정쟁 이슈는 꺼내지 않았다. 김 대표는 “민생 우선, 소통,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치를 민주당이 가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햇볕정책 수정과 북한 인권법 추진 등을 언급해 당내 논란을 낳기도 했다. 햇볕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의 기조였고, 북한 인권법은 18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반대하는 새누리당의 최우선 입법 과제였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기조에 당내 반발이 일자 15일 한 방송에 나와 “햇볕정책을 포기한다거나 부정하거나 비판하기보다는 햇볕정책이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진화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김 대표를 옹호했다. 민주당은 17일 서해 접경지역인 연평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해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파고 들겠다는 뜻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 ‘안녕들’ 토론회 간 김한길 > 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언주 전국청년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현상과 정당의 한계’ 토론회에서 자료집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안녕들’ 토론회 간 김한길 > 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언주 전국청년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현상과 정당의 한계’ 토론회에서 자료집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을 맡았던 민병두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야권의 재편성, 진보의 재구성’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며 ‘우클릭’ 행보에 가세했다. 민 의원은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표방했지만, 어떤 때는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 된 적도 있었고, 상위 1%와 나머지 99%라는 구분법을 쓰기도 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와 경제정의를 내세우며 모든 재벌을 적대시하는 태도는 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보게 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중산층과 서민, 그리고 건강한 대기업’과 연대한다는 새로운 표방을 도입해야 한다”고 외연 확대를 주장했다.

민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지난 대선 때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로 위장하면서 전선을 왼쪽 중간쯤에 쳤는데 이제 스스로 오른쪽 중간으로 좁혀놨고 국민이 이에 피로감을 느끼니 과감하게 우리가 전선을 오른쪽 중간에 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중간층을 잡지 못해 선거에서 졌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는 지적이다. 윤희웅 정치컨설팅 ‘민’의 여론분석센터장은 “호남 인구가 충청보다 적어졌고, 1990년 3당 합당으로 보수대연합이 이뤄진 현실에서 지지자만을 위한 정당이 되느냐보다 수권정당으로 갈 수 있는 길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그러기 위해선 가운데(중도)에 있는 중간층을 잡아야 한다는 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기에 안철수 의원의 등장과 중도층 인사 영입을 통한 중간층 공략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우클릭에 대해 당내 진보그룹들이 반발하고 있어 노선투쟁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