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해외의류 수입 등 사업 다각화로 '지속 성장'
하 사장은 “시장 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맞춤형 전략이 담긴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제안해 계약 체결을 이끌어냈다”며 “다양한 고품질의 제품을 한국 소비자에게 소개해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유통방식 제안
하 사장은 성균관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뒤 3년간 중학교에서 역사 교사로 일했다. 결혼 후 전업주부로 7년 동안 지내던 그에게 어느 날 위기가 찾아왔다. 친구에게 연대보증을 서 줬는데, 그 친구가 1997년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난 것이다.
하 사장은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부도난 친구에게 자금을 더 빌려줘 빚을 갚게 한 뒤 친구가 하고 있던 필립스전자 총판 사업을 자신이 직접 하기로 했다. 하 사장은 “가전제품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심지어 가전제품 매장이 모여 있는 용산에 가본 적도 없었다”며 “하지만 도전 의식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여성이 사업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어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필립스전자 측도 여성이 대표를 맡고 있다는 것을 쉽게 믿지 못했다. 하 사장은 “남편이 실질적인 대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은행에선 남편의 보증을 요구했다”며 “필립스전자도 처음엔 계약을 꺼렸지만 통신판매,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유통방식을 제안해 설득했다”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로 성장
필립스전자 제품을 유통한 지 2년 만인 1999년 매출 10억원을 넘어섰고 2005년엔 2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성장이 정체됐다. 4~5년간 매출은 계속 200억원대에 머물렀다. 한 브랜드만을 취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타난 한계였다.
하 사장은 새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결정했다. 2010년부터 미국의 프리미엄 청바지 브랜드 ‘트루릴리전’을 들여왔다. 그리고 1년 뒤 미국 여성 의류 브랜드 ‘씬시아로울리’와 계약을 맺었다.
그는 “전자, 의류는 모두 소비자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라며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들을 선정하고 사업 다각화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450억원에 달했다.
○아울렛 등 유통망 확대
하 사장은 지난해 경기 파주와 부산에 있는 첼시프리미엄아울렛과 경기 이천 롯데프리미엄아울렛에 필립스전자 단독매장을 열었다.
그는 “아울렛엔 가족들이 함께 방문해 전자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가전제품은 온라인이나 홈쇼핑이 아니면 판매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오프라인으로 유통망을 확대하게 된 것이다.
하 사장은 “온라인과 홈쇼핑은 판매량 기복이 심하다”며 “이를 중심으로 운영하면 ‘뿌리 없는 나무’와도 같다는 것을 깨닫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