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12일 오후 2시55분

지난해 12월31일. 주요 증권사 준법감시팀에 금융위원회 발(發) 공문이 일제히 날아들었다. 애널리스트들이 사전에 보고서를 통해 밝히지 않은 상장사 내부 정보를 외부 이해 관계자에게 발설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애널리스트들은 공문 한 장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일반적 주가전망을 묻는 기자나 투자자 질문에까지 “아직 보고서를 쓰지 않아 말할 수 없다”며 몸을 사린다.

시장에선 상장 게임회사 CJ E&M ‘실적 유출 사건’의 후폭풍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0월16일 CJ E&M 측은 3분기 실적발표에 앞서 애널리스트들에게 ‘좋지 않다’는 정보를 알려줬고 이를 들은 기관투자가들은 주식을 팔아 개인투자자만 손해를 봤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사법경찰권을 가진 금융위 소속 자본시장조사단은 지난달 20일께부터 애널리스트들을 줄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본지 2013년 12월23일자 A24면 참조

애널리스트들이 정식 분석보고서를 내기 전, 주요 상장사 경영 정보를 ‘갑(甲)’이자 ‘큰손’ 고객인 기관투자가에 제공해온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기관 주식을 거래할 때 받는 수수료가 증권사 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공정공시제도 위반과 내부거래 논란이 제기되곤 했으나 금융당국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선 건 처음이다.

법무법인 율촌 관계자는 “내부자거래에 대해 규정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174조를 적용하면 충분히 애널리스트들을 처벌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증권사들은 자칫 잘못을 바로잡으려다 일을 그르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항변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공식 보고서나 언론을 통해 나가는 투자 정보까지 부실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상장사 내부자들만 정보를 독점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한국에 비해 내부자거래와 관련한 규정이 엄격하다. 미공개 내부 정보의 1차 유포자뿐만 아니라 2차, 3차 유포 이용자까지 처벌대상에 포함시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09년 이후 법원에 제소한 내부자거래 사건만 200여건에 이른다.

증권사들은 미국 사례를 그대로 적용해선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외국 증권사들은 정보 이용료를 받고 소수 기관에만 분석 리포트를 판다”며 “개인이 정보에서 소외되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송형석/황정수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