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매입·판매시점 조절로 시세차익 추구…"SK 석유사업 새 전쟁터는 트레이딩"
“국내 정유사들의 활로는 수출밖에 없다. 따라서 트레이딩(무역)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김형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 사장(사진)은 10일 “SK의 석유사업 계열사들은 영국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처럼 석유개발에서부터 정제설비 가동, 주유소 운영에 이르기까지 정유사업 전반을 총망라하는 사업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며 “SKTI는 그중 트레이딩에 특화해 규모를 키울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SKTI는 지난해 7월 SK에너지의 트레이딩사업본부가 분사해 원유와 석유관련 제품의 수출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자회사다. 트레이딩은 원유 등 제품 가격의 흐름을 예상하고 미리 사들이거나 판매 시점을 조절해 시세차익을 얻는 사업이다.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다. 다만 선물거래 등에 따르는 위험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국내 정유사와 LPG(액화석유가스) 등 에너지 기업들은 최근 트레이딩 부문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LPG 판매업체인 E1의 경우 매출의 54%가량을 트레이딩으로 올리고 있다. 국내 LPG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사업환경이 나빠지자 차익거래를 대안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정유업계도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트레이딩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GS칼텍스는 영국 런던과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등에서, 현대오일뱅크는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 현지법인 등을 통해 각각 트레이딩 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 사장은 “SK의 석유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은 73% 수준까지 올랐다”며 “정유 부문에서 트레이딩 경쟁력을 키우려면 원유와 중유 등 기초원료를 얼마나 싸게 들여오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 부문의 역량도 키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TI는 전체 직원 가운데 30%가량을 싱가포르에 상주시키고 해외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김 사장은 “정유 트레이딩에서 노하우를 충분히 쌓은 후에는 남미산 콩을 비롯한 곡물과 금속 등 상품시장으로의 진출도 검토할 것”이라며 “곡물은 바이오에탄올 등 사업을 하는 SK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도 낼 수 있는 분야”라고 소개했다.

SK의 석유사업을 총괄하는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SKTI와 SK인천석유화학을 분사해 SK에너지(석유), SK종합화학(화학), SK루브리컨츠(윤활유) 등 5개 자회사 체제로 개편했다. 김 사장은 미국 워싱턴대에서 MBA(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고 SK에너지에서 산업에너지사업부장과 트레이딩사업본부장을 거쳤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