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일어났던 신한사태가 ‘제2라운드’로 접어들 조짐이다.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복직과 사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직격탄을 날리자,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사태 당사자들부터 반성해야 한다”며 세게 맞받았다. 지난달 말 법원의 2심 판결로 일단락된듯 보였던 신한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한 회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신한사태와 관련된 모든 당사자가 겸허해지고 나아가 반성도 해야 한다”며 “그런데 실제 만나 보니 이런 부분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신 전 사장과의 만남을 빗대 작심하고 ‘날’을 세운 것이다.

당시 한 회장과 신 전 사장은 단 둘이 만나 2심 판결을 계기로 ‘신한사태’의 후유증을 씻어내려 했지만 서로의 간극만 확인했다. 두 사람 모두 “서로의 온도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했을 정도다. 회동 이후 두 사람이 오히려 각을 세우기 시작한 이유다.

한 회장은 ‘신한사태와 일련의 논란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신 전 사장 측이 복직이나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아는데 유감 표명만으로는 대응이 안 될 것 아니냐”며 “갈 길이 참 멀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 전 사장의 스톡옵션 등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스톡옵션은 이사회에서 재판 결과가 마무리될 때까지 유보하기로 한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 후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단 다음 이사회 때 얘기해 보겠다”고 답했다.

신상훈 前 신한금융 사장
신상훈 前 신한금융 사장
신 전 사장은 원상 회복(복직)과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의 고소 사실이 모두 무죄로 판결나 금융권 임원으로 복귀할 자격을 얻은 만큼 단 하루라도 사장직으로 복귀해야겠다는 게 신 전 사장 측 주장이다. 2010년 9월 신한금융 이사회에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며 신 전 사장에게 해임이 아닌 직무정지 처분을 결정했기 때문에 원상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신한금융 경영진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직무정지 해제 및 정신적·물질적 피해 보상 등을 위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 전 사장은 “명예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본 재일동포 주주 설명회나 오는 3월 주주총회 등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조만간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요구를 공식화 할 방침이다. 10일엔 일본을 방문해 주요 재일동포 주주들을 만나 신한사태로 인해 억울한 피해를 본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재일동포 주주들을 놓고 서로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미 신한금융의 한 임원은 이번 주 일본으로 출국해 오사카, 나고야 지역 주주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 중이다.

신한사태는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신 전 사장을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사태 당사자였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은 기소되지 않고 신 전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만 법정에 섰다.

1심 재판부는 신 전 사장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지난달 “고소 경위와 의도에 석연치 않은 점이 엿보이고 고소 내용도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다”며 원심을 깨고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와 달리 이 전 행장은 원심과 같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

한 회장, 손보·증권社 인수에 부정적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매물로 나온 손해보험사나 증권사 인수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는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글로벌 현지화 및 신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신한사태)를 최대한 빨리 털어내고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이 같은 비전을 제시했다.

한 회장은 인수합병(M&A)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그는 LIG손해보험이나 현대증권, 동양증권 등 시장에 이미 나왔거나 나올 매물을 인수하는 문제에 대해 묻자 “M&A는 현재와 장래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에 도움이 되느냐를 따져봐야 한다”며 “최근 자기자본이 2조~3조원이 넘는 증권사의 연간 이익이 1000억원에 불과한 상황을 어떻게 봐야겠느냐”고 되물었다.

손보사 인수에도 “손보사는 ROE나 ROA에 기여하는 부분이 적다고 본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가격이 싸다면 모르겠지만 무조건 (M&A를 통해) 대형화를 추진하는 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한 회장은 올해 중점 추진 과제 중 하나로 ‘글로벌 현지화 및 신시장 개척’을 꼽았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계속 점포 수를 늘려 나갈 것”이라며 “선진국에선 아직 성과가 좋지 않지만 소매 부문은 꽤 경쟁력이 있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메트로익스프레스은행 인수에 대해서는 “현지 금융당국이 최근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