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 하나 없이…한국 썰매 '기적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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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동계올림픽 '청신호'
봅슬레이, 국제대회 사상 첫 금·은메달 획득 '쾌거'
루지, 全종목 소치행…스켈레톤도 대륙간컵 우승
봅슬레이, 국제대회 사상 첫 금·은메달 획득 '쾌거'
루지, 全종목 소치행…스켈레톤도 대륙간컵 우승
‘봅슬레이 아메리카컵 금·은메달 획득’ ‘루지 소치 동계올림픽 전 종목 출전권 획득’ ‘스켈레톤 대륙간컵 우승’.
강한 의지 앞에 불가능은 없었다.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등 한국 대표팀이 연달아 승전보를 전해왔다. 썰매 종목을 위한 변변한 트랙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궈낸 ‘기적’이다.
○소치 개막 앞두고 승전보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아메리카컵 7차 대회에서 금·은메달을 동시에 차지하며 기염을 토했다. 파일럿 원윤종·브레이크맨 서영우의 남자 봅슬레이 2인승 대표 A팀이 1·2차 합계 1분51초41로 우승, 파일럿 김동현·브레이크맨 전정린의 B팀이 1분51초87로 준우승이다. 한국팀이 봅슬레이 대회에서 동시에 1~2위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날 루지 대표팀은 소치 동계올림픽 전 종목 출전이라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국제루지연맹(FIL)은 남녀 싱글과 남자 2인승, 팀 계주 등 네 종목에 모두 한국팀이 출전할 수 있다고 9일 알려왔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2010년 밴쿠버 대회까지 남자 싱글만 출전해왔던 한국 대표팀은 사상 처음으로 모든 종목에 출전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팀 계주 8위에 올랐고, 이어 최은주는 아시안컵에서 최초로 시니어부 정상에 오르며 실력을 보여줬다.
스켈레톤을 배운 지 채 2년도 안 된 윤성빈은 아메리카컵보다 수준이 높은 대륙간컵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윤성빈은 지난 7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스켈레톤 대륙간컵 6차 대회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1분45초73으로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존 몽고메리 등 강자들을 꺾고 우승했다.
○트랙 한 곳도 없는 열악한 환경
이들이 최근 이룩한 성과는 국내 썰매 종목의 현실에서는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는 이들 썰매 종목을 위한 트랙조차 없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만든 100m 길이의 스타트 훈련장이 전부다.
선수 저변도 부족하다. 썰매 종목의 ‘선구자’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한국체육대 교수)이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루지 국가대표로 출전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대한루지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30여명에 불과하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에 등록해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도 30명 내외에 그친다. 이들 대부분은 다른 종목에서 실패해 썰매 종목으로 전향했거나 처음으로 엘리트 체육을 시작한 선수다.
썰매 트랙이 없다 보니 썰매에 바퀴를 달아 한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땀을 흘렸다. 자칫 실수해 떨어지기라도 하면 팔다리에 생채기가 생기는 것은 다반사였다. 선수들은 가속력을 키우기 위해 몸무게를 불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스켈레톤의 윤성빈은 하루 8끼를 먹으며 몸무게를 75㎏에서 87㎏까지 불렸다.
○3종목 최대 16명 소치 출전 기대
올림픽 무대에 나서겠다는 썰매 세 종목 선수들의 강한 의지는 현실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4~5년 전만 해도 다른 나라에서 썰매를 빌려 써야 했지만 이제 5대의 썰매를 갖고 있다. 루지 대표팀은 독일 출신의 슈테펜 자르토르 코치를 영입해 체계적으로 기술을 배웠고, 선수들 몸에 맞게 썰매를 제작해 훈련해왔다.
꾸준한 성적을 내며 올림픽 출전권도 확보했다. 올림픽 출전을 확정지은 루지 대표팀은 4명이 모두 출전권을 획득했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남자 4인승과 2인승, 여자 2인승 출전권을 사실상 따낸 상태다. 남자부 4인승과 2인승 출전권을 한 장씩 더 따내기 위해 국제대회 일정을 마지막까지 치르고 있다. 만약 남자 4인승과 2인승 출전권을 모두 추가로 확보한다면 봅슬레이에서만 최대 11명의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한다.
스켈레톤에서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는 윤성빈도 올림픽 본선 진출이 유력하며 상황에 따라 두 명도 출전할 수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이뤄진다면 썰매 세 종목에서 최대 16명이 소치 올림픽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이용 봅슬레이 대표팀 감독은 “이제 스타트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성장했다”며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소치 올림픽은 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선전을 다짐했다.
■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은 길이 1200m 안팎의 얼음 트랙에서 속도를 겨루는 썰매 종목이다. 썰매의 모양과 타는 방식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봅슬레이는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원통형 썰매를 타며 남자 2·4인승, 여자 2인승 등 3종목이 있다. 누워서 썰매를 타는 루지는 남녀 1인승, 2인승, 팀 계주 등 4종목으로 나뉜다. 스켈레톤은 엎드려서 썰매를 타며 남녀 1인승 2종목이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강한 의지 앞에 불가능은 없었다.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등 한국 대표팀이 연달아 승전보를 전해왔다. 썰매 종목을 위한 변변한 트랙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궈낸 ‘기적’이다.
○소치 개막 앞두고 승전보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아메리카컵 7차 대회에서 금·은메달을 동시에 차지하며 기염을 토했다. 파일럿 원윤종·브레이크맨 서영우의 남자 봅슬레이 2인승 대표 A팀이 1·2차 합계 1분51초41로 우승, 파일럿 김동현·브레이크맨 전정린의 B팀이 1분51초87로 준우승이다. 한국팀이 봅슬레이 대회에서 동시에 1~2위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날 루지 대표팀은 소치 동계올림픽 전 종목 출전이라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국제루지연맹(FIL)은 남녀 싱글과 남자 2인승, 팀 계주 등 네 종목에 모두 한국팀이 출전할 수 있다고 9일 알려왔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2010년 밴쿠버 대회까지 남자 싱글만 출전해왔던 한국 대표팀은 사상 처음으로 모든 종목에 출전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팀 계주 8위에 올랐고, 이어 최은주는 아시안컵에서 최초로 시니어부 정상에 오르며 실력을 보여줬다.
스켈레톤을 배운 지 채 2년도 안 된 윤성빈은 아메리카컵보다 수준이 높은 대륙간컵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윤성빈은 지난 7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스켈레톤 대륙간컵 6차 대회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1분45초73으로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존 몽고메리 등 강자들을 꺾고 우승했다.
○트랙 한 곳도 없는 열악한 환경
이들이 최근 이룩한 성과는 국내 썰매 종목의 현실에서는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는 이들 썰매 종목을 위한 트랙조차 없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만든 100m 길이의 스타트 훈련장이 전부다.
선수 저변도 부족하다. 썰매 종목의 ‘선구자’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한국체육대 교수)이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루지 국가대표로 출전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대한루지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30여명에 불과하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에 등록해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도 30명 내외에 그친다. 이들 대부분은 다른 종목에서 실패해 썰매 종목으로 전향했거나 처음으로 엘리트 체육을 시작한 선수다.
썰매 트랙이 없다 보니 썰매에 바퀴를 달아 한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땀을 흘렸다. 자칫 실수해 떨어지기라도 하면 팔다리에 생채기가 생기는 것은 다반사였다. 선수들은 가속력을 키우기 위해 몸무게를 불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스켈레톤의 윤성빈은 하루 8끼를 먹으며 몸무게를 75㎏에서 87㎏까지 불렸다.
○3종목 최대 16명 소치 출전 기대
올림픽 무대에 나서겠다는 썰매 세 종목 선수들의 강한 의지는 현실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4~5년 전만 해도 다른 나라에서 썰매를 빌려 써야 했지만 이제 5대의 썰매를 갖고 있다. 루지 대표팀은 독일 출신의 슈테펜 자르토르 코치를 영입해 체계적으로 기술을 배웠고, 선수들 몸에 맞게 썰매를 제작해 훈련해왔다.
꾸준한 성적을 내며 올림픽 출전권도 확보했다. 올림픽 출전을 확정지은 루지 대표팀은 4명이 모두 출전권을 획득했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남자 4인승과 2인승, 여자 2인승 출전권을 사실상 따낸 상태다. 남자부 4인승과 2인승 출전권을 한 장씩 더 따내기 위해 국제대회 일정을 마지막까지 치르고 있다. 만약 남자 4인승과 2인승 출전권을 모두 추가로 확보한다면 봅슬레이에서만 최대 11명의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한다.
스켈레톤에서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는 윤성빈도 올림픽 본선 진출이 유력하며 상황에 따라 두 명도 출전할 수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이뤄진다면 썰매 세 종목에서 최대 16명이 소치 올림픽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이용 봅슬레이 대표팀 감독은 “이제 스타트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성장했다”며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소치 올림픽은 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선전을 다짐했다.
■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은 길이 1200m 안팎의 얼음 트랙에서 속도를 겨루는 썰매 종목이다. 썰매의 모양과 타는 방식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봅슬레이는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원통형 썰매를 타며 남자 2·4인승, 여자 2인승 등 3종목이 있다. 누워서 썰매를 타는 루지는 남녀 1인승, 2인승, 팀 계주 등 4종목으로 나뉜다. 스켈레톤은 엎드려서 썰매를 타며 남녀 1인승 2종목이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