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라이벌 '성장 플러그' 어디에 꽂나봤더니…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신성장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LG화학SK이노베이션이 올 들어 상반된 경영전략을 들고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LG화학은 내년 이후 펼쳐질 2세대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준비하며 차분히 내실을 다질 계획이다.

이 회사는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출시 자체에 의미를 둔 1세대 시장을 넘어 2015년부터는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지는 2세대 시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추격자인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시장을 발판 삼아 올해부터 시장 확대를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베이징자동차 등과 함께 중국에 합작법인을 만들어 현지생산체제를 갖췄다.

SK이노베이션, 스모그 짙은 중국서 '스파크' 튀는 질주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올해 중국에서 전기차 3000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내년엔 1만대까지 늘리겠습니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기자와 만나 “합작법인을 발판으로 중국 내 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베이징자동차그룹, 베이징전공과 중국 합작법인을 출범시켰다.

베이징전공이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셀을 공급받아 배터리팩을 만들고, 이를 베이징자동차에 납품할 예정이다. 합작법인이 본궤도에 올라서면 연간 3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구 부회장은 “스모그 악화로 중국 정부가 택시를 중심으로 전기차 보급을 서두르고 있어 시장 전망이 밝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에서는 기아차 레이 전기차와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쏘울 전기차, 일본 시장을 겨냥해 미쓰비시후소의 하이브리드 트럭용 배터리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개척에 맞춰 설비 증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1만대 분량의 배터리 양산 설비를 갖춘 충남 서산공장에 대한 증설 작업도 최근 마무리했다. 대전공장을 포함하면 연간 전기차 2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400㎿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췄다.

구 부회장은 “서산공장은 현재 풀가동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과 계약을 검토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배터리와 정보전자소재 사업부를 통합해 CIC(회사 내 회사)로 재편한 SK이노베이션은 두 부문 사이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LG화학, 2세대 전기차 대비 '더 센'배터리 충전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사장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사장
“2015년이면 전기차 배터리에서 본격적인 사업 성과가 나올 겁니다.”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사장은 지난 2일 기자와 만나 “올해는 성장을 준비하며 내실을 다지는 단계”라며 “내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행거리 등 성능을 크게 높인 2세대 전기차 출시에 맞춰 기술력을 축적하며 시장 확대에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LG화학은 전지사업 부문에만 2011년 8358억원, 2012년 5300억원에 이어 2013년 2720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1년 충북 오창에 매년 전기차 1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고 2012년엔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도 배터리 공장을 세웠다.

권 사장은 “올해 투자 규모도 최소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르노, 현대·기아차 등 10개 이상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2005년부터 하이브리드카 기술을 공동개발하며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권 사장은 2011년 연말 전지사업을 맡은 이후 신규 전기차 수주와 새로운 고객 확보에 주력해왔다.

구본무 LG 회장은 당시 LG디스플레이 수장이던 권 사장을 직접 불러 “배터리 사업도 확실한 세계 1위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 액정표시장치(LCD)를 세계 1위로 이끈 추진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 증가로 중대형 전지 사업의 수익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 배석준 기자 eul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