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채권 전문가 3명 중 1명 "신평사 못믿겠다"
마켓인사이트 1월2일 오후 2시10분

채권 전문가 3명 중 1명은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이 수행하는 평가업무를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평가는 채권을 비롯한 자본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신평사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제도 도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응답자 35% “국내 신평사 신뢰도 낮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운영하는 자본시장 전문 유료사이트 ‘마켓인사이트’가 국내 증권ㆍ자산운용ㆍ보험사 소속 채권운용 담당자와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신용분석가) 등 채권 전문가 65명을 대상으로 ‘2014 마켓인사이트 크레딧 설문(Marketinsight Credit SurveyㆍMICS)’을 실시한 결과다.

‘국내 신평사들 중에 신뢰도가 가장 높은 곳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5.4%(23명)가 ‘모두 신뢰도가 낮다’고 답했다. 사실상 ‘신평사 어느 곳도 신뢰할 수 없다’는 응답자들의 불만이 반영된 결과다. 이어 32.3%(21명)가 한국기업평가를 신뢰도가 가장 높은 신평사로 꼽았고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라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6.2%와 4.6%였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부장은 “평소 높은 신용등급을 남발하다가 지난해 동양그룹 법정관리 사태처럼 대형 신용관련 사건이 터지면 그제서야 등급을 무더기로 떨어뜨리는 ‘뒷북 평가’를 반복해 온 게 신평사들이 불신을 받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등급 올릴 땐 빨리, 내릴 땐 천천히”

신평사들이 회사채 발행기업 등에 부여한 신용등급에 대해서도 상당수 전문가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국내 회사채 신용등급이 적정하게 매겨져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0.0%는 ‘대체로 부적절하다’고, 4.6%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4명 중 1명은 기업들에 부여된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응답자들은 또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조정과 관련해 ‘떨어뜨려야 할 때는 적정 시점보다 느리게, 올려야 할 때는 빠르게’ 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답했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등 채권발행 기업의 각종 ‘신용 사건’을 전후한 국내 신평사들의 등급 하향 조정 속도는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67.7%는 ‘느리게 조정한다’, 9.2%는 ‘매우 느리게 조정한다’고 답했다.

반대로 신평사들이 신용등급을 올릴 때는 53.9%가 ‘빠르게 올리고 있다’, 1.5%는 ‘매우 빠르게 올리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적정하다’는 30.8%, ‘느리게 올리고 있다’는 13.8%의 응답률을 보였다.

지난해 신평사들이 등급을 지나치게 빨리 올린 기업으로는 산은캐피탈과 한화건설, 미래에셋증권 등을 꼽았다. 작년 10월 신용등급이 A+에서 AA-로 한 단계 오른 산은캐피탈은 응답자의 과반수(53명 중 30명)가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등급 상향 사례’로 꼽았다. 응답자들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재통합할 경우 매각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신용등급을 올린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상열/하헌형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