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 따른 낙수효과가 예전만 못합니다. 새해 우리 경제의 돌파구는 내수에서 찾아야 합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그룹 회장·사진)은 지난달 26일 대한상의 출입기자단과 공동 인터뷰를 갖고 “고용유발 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을 규제 완화를 통해 활성화하고 국내 소비를 살리는 것이 경제 성장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과거보다 낮아 수출로 경기 활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신흥국으로 가는 한국 수출품의 상당수는 가공을 거쳐 선진국 시장으로 가기 때문에 최근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해도 한국은 자산거품과 핫머니 과다유입, 과소비 등의 문제가 없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회장은 기업 투자와 관련해 “투자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의 문제”라며 “기업인은 기회가 있으면 주변에서 말려도 투자를 하는 사람인데 노사관계나 규제 등 국내의 투자환경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기업가 정신을 해석하는 시각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하면 된다’는 식의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라 현명하게 솔루션(해결책)을 찾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선진화된 기업가 정신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이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 마련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력 양성을 예로 들며 “창의적인 업무, 소프트웨어 개발, 콘텐츠 관리, 부문 간 융합 전문가 등 세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업 간 벽을 뛰어넘는 부문의 인프라 투자와 기초기술 개발 등은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곁들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과 관련해 박 회장은 “거래질서가 공정하지 않은 시장의 경우 진입규제로 중소기업이나 영세상공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차단막 속에서 보호받는 기업은 체질과 경쟁력이 약해지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진입규제는 반드시 시한을 두고 그 기간 내에 중소기업들도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대한상의의 위상과 연구 능력 강화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경제, 노동환경, 조세재정 등 부문별로 총 40여명의 전문가를 초청해 6~7개 자문단을 구성할 계획”이라며 “주요 산업계 현안에 대해 상의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