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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한경 청년신춘문예 - 시나리오·게임스토리] 당선자 간유미 씨 "역사책 속 한 줄의 기록…제 상상력에 불 지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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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한경 청년신춘문예 - 시나리오·게임스토리] 당선자 간유미 씨 "역사책 속 한 줄의 기록…제 상상력에 불 지폈죠"
    시나리오 당선작 ‘조선을 팔아요’는 역사책에 있는 단 한 줄에서 출발했다. 당선자 간유미 씨(25)가 고종의 고명딸인 덕혜옹주에 관한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고종 관련 책을 읽다 배정자라는 여인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 책에는 고종이 총애하던 배정자가 서양식 드레스를 입고 궐을 드나들었고, 친일파여서 백성들이 미워했다는 한 줄의 기록이 있었다. 간씨는 배정자가 이토 히로부미의 양녀임을 알고 ‘고종은 일본을 싫어했는데 왜 이토의 양녀를 궐에 들였을까’하는 의문을 품었다. 이 의문은 조선왕조로 인해 일가족이 몰살당해 일본으로 건너간 배정자가 철저히 개인적인 복수 때문에 고종에게 접근해 조선을 팔아넘긴다는 내용의 시나리오로 완성됐다.

    “책에 있는 역사는 사건의 연속으로 나오는데, 사실 사건 사이에는 곳곳에 빈틈이 있거든요.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사건들 사이를 제 상상력으로 채워 넣는 거죠. 역사와 인물들을 공부한 후 이들이 이 빈틈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곰곰이 생각하며 이야기를 만듭니다. 이 작업이 저는 즐거워요.”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05년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 즐겨 보던 드라마 ‘쾌걸춘향’을 인터넷으로 다시 보기 위해 방송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대본을 보게 됐고, 그 글자들이 영상이 되는 게 신기해 습작을 시작했다.

    “원래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제가 꾸며낸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걸 좋아했거든요. 어머니가 책을 굉장히 잘 사주시는 편이어서 어릴 때 집짓기 놀이도 책을 쌓으며 했죠. 책과 굉장히 가까웠던 셈이에요.”

    소설 습작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했지만 단순 명확한 자신의 문체가 시나리오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문장은 감독이 헷갈리지 않고 쉽게 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소설 쓰는 게 굉장히 힘들었던 반면 시나리오는 지금도 즐겁게 쓰고 있고, 상도 받았으니 방향을 잘 바꾼 셈”이라며 웃었다.

    전국 규모의 고교생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타기도 했던 그는 2008년 추계예술대 영상시나리오과에 진학했다. 그는 “배우고 싶은 걸 배우고 쓰고 싶었던 걸 썼던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조선을 팔아요’도 대학 3학년 때 1년 내내 썼던 작품을 최근 다시 꺼내 고친 것이다. 인물을 더 공부해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바꾸고 주제의식도 명확히 정했다. 이 작업에 몇 달이 꼬박 걸렸다.

    대학 졸업 후 낮에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논술학원 강사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쓰고 있는 그는 “캥거루족으로 지내는 게 부모님께 죄송했는데 이번 당선으로 조금 면이 선 것 같다”며 웃었다.

    “제가 글 쓴다고 했을 때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한경 청년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조금은 재능이 있나보다’하고 안심하신 것 같아요. 제가 책상 위에 책과 대본 자료를 엄청나게 쌓아 놓는 편인데, 부모님께서 그걸 보고 항상 혼을 내셨어요. 그런데 당선되고 나서는 그냥 못 본 척 넘어가 주시네요(웃음).”

    그는 신문의 사회면과 신기한 사연이 많이 나오는 케이블 채널에서 시나리오 아이템을 많이 얻는다고 했다. 어떤 사건의 뒷이야기를 알아보고 다른 시각으로 그 사건을 바라보면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당선 통보를 받은 뒤 심사위원 중 한 분인 장철수 감독께서 이야기가 굉장히 재미있다고 전화를 주셨어요. 현직 감독님께 칭찬을 들으니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작가라는 막막한 길을 가고 있지만 이번에 주신 힘을 바탕으로 더욱 열심히 쓰겠습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당선 통보를 받고…

    이렇게 또 한 해가 가는구나 라는 생각에 서글퍼지던 찰나 당선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3년 동안 묵혀놓았던 이야기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어 다행입니다. 행복합니다.

    졸업 후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면서 글에 대한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됐습니다. 쓰면 쓸수록 어렵고 막막하지만 그래도 전 계속 이 길을 가고 싶습니다.

    제가 쓴 이야기가 하루빨리 영화와 드라마로 전해졌으면 합니다. 재미나고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이 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놓고 싶습니다.

    제게 가장 큰 힘이 돼주시는 부모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당선 소식에 저보다 더 기뻐해주던 오랜 벗들 정말 고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의욕만 앞섰던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김희재 교수님, 한증애 교수님, 추계예술대 영상시나리오과 교수님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경기도 광명 출생 ▷추계예술대 영상시나리오과 졸업
    [2014 한경 청년신춘문예 - 시나리오·게임스토리] 당선자 간유미 씨 "역사책 속 한 줄의 기록…제 상상력에 불 지폈죠"
    시나리오 심사평 "캐릭터 매력적·대사 완성도 높아"

    한경 청년신춘문예 첫해였던 지난해에 비해 투고작도 늘고 그 수준도 눈에 띌 정도로 높아졌다. 한국 영화 전성기에 대한 기대감과 열정이 투고작에도 반영된 듯싶다. 처음 써 본 시나리오라고 하지만 아이디어 면에서는 참신한 작품도 있었다. 반면 완미한 형식을 갖추고는 있지만 시효만료형 작품들도 있었다. 세 사람의 심사위원이 숙고한 뒤 최종적으로 세 작품에 논의를 집중했다.

    ‘내 친구의 버킷리스트’는 소재의 현재성이 눈에 띈 작품이다. 한국 사회의 근미래적 문제인 노년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서사적 긴장감이 떨어지고 결정적 매력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끝까지 경합을 벌였던 작품은 ‘살인자(들)’과 ‘조선을 팔아요’다. 두 작품은 그 매력과 가치가 현저히 상반된 것이라 결정이 쉽지 않았다. 우선 ‘살인자(들)’은 긴장감이 빼곡한 스릴러물이다. 살인자 낙인이 찍힌 여성이 마을의 은폐된 비밀을 파헤쳐 간다는 설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부도덕한 남성이 더 나쁜 세계를 응징하는 관습적 스릴러 서사와 대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르적 특징일 수도 있지만 몇몇 부분이 기존 작품들의 기시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장르적 전복을 이르기에는 지나치게 온건했다는 의미일 테다. 서사적 완성도와 몰입감이 높았지만 개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당선은 유보됐다.

    당선작은 ‘조선을 팔아요’로 결정됐다. 격동의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조선을 배신한 매국녀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개인의 복수를 위해 나라와 민족을 저버린 배정자라는 여인은 그 자체로 호기심을 끌 만했다. 이토 히로부미의 애첩이자 고종의 연인이기도 했던 이 여인의 행보는 이안의 영화 ‘색, 계’에 등장하는 왕치아즈와 비교될 만하다. 철저히 개인적 복수를 위해 몸도, 영혼도, 국가도 판 팜파탈이라는 캐릭터도 논쟁적이었다. 영화화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였고 대사의 흐름도 완성도가 높았다.

    한국 영화에 새로운 소재와 인물형을 수혈한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은 오랜 논의 끝에 ‘조선을 팔아요’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매혹적 배우의 연기를 통해 문제적 인물 배정자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발선에 선 당선자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장철수·손정우·강유정

    게임스토리 심사평 "소재 다양·참신했지만 패턴화된 구조 아쉬워…당선작 선정 않기로"


    게임스토리 부문의 심사를 맡은 게임평론가 김양은(왼쪽), 박상우 씨.
    게임스토리 부문의 심사를 맡은 게임평론가 김양은(왼쪽), 박상우 씨.
    게임 스토리는 완결성을 가진 서사만이 아니라 게임적 문법을 통해 게임 플레이의 재미를 줄 수 있는 중의적 자원이 돼야 한다. 게임 스토리 쓰기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진 이유도 일반적인 서사장르와는 다른 이런 이중적 역할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이야기의 완결성이 중시되는 ‘스탠드 얼론’ 게임보다 이야기의 개방성이 중요한 온라인 게임이 더 발전돼 있다. 이 때문에 게임에 맞는 확장성이 더 중요하게 평가받는다는 점은 게임 스토리 평가에서 중요한 요소라 할 것이다.

    이번에도 다양한 게임 스토리들이 출품됐다. 과거에서 현대, 나아가 미래까지 다양한 시간대를 넘나들 뿐만 아니라, 동양과 서양 혹은 미지의 어느 혹성까지 다양한 소재와 설정 등을 갖춘 작품들 중에서 최종심까지 올라온 작품은 네 편이다.

    ‘스타라, 더 슬레이어’는 탄탄한 세계관과 충실한 이야기 전개로 가장 안정된 수준을 보여줬고, ‘선견자’는 인도 신화와 철학의 다양한 요소를 게임 속으로 끌어들여 이를 게임 공간 속에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워드 워’는 ‘말’이 힘이 되는 우리의 현실을 신화와 현실이 교차되는 허구적 세계 속에서 흥미롭게 다뤘다. 끝으로 ‘눈물 사냥꾼’은 감정이 힘이 되고 상실의 눈물이 괴물이 돼 우리를 위협하는 판타지 세계를 다루고, 이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누군가의 상처와 슬픔을 찾아다니는 괴물 사냥꾼들의 이야기라는 독특한 설정과 소재를 선보였다.

    상술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작품이 지니는 분명한 단점들은 결정적 한계를 보여주었다. ‘스타라, 더 슬레이어’는 탄탄한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장르소설에서 보여주는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선견자’는 인도 신화의 요소들에 무게중심을 맞춤으로써 서사의 균형을 잃었고, ‘워드 워’는 일본 출판만화나 라이트 노벨에서 보여주는 패턴화된 이야기 전개 구조를 답습하고 있었다. ‘눈물 사냥꾼’은 출품작 중에 가장 훌륭했던 설정과 소재를 정작 서사적으로 살리지 못했다.

    그래서 출품 작품들이 장점을 살린 작품들로 발전되기를 바라며 이번 작품들의 심사를 맡았던 심사위원들은 게임 스토리 부문에서는 당선작을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양은·박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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