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보고서…"소비자보호 위해 적절한 규제 필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가격변동성과 취약한 보안성 등 한계 때문에 이론적인 성장 가능성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동규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결제연구팀 조사역은 27일 '비트코인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처럼 밝혔다.

이 조사역은 비트코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취약한 보안성을 꼽았다.

그는 "비트코인 사용자나 거래소에 대한 해킹이 늘어나는 가운데 별다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금융서비스가 공인인증서 등 보안수단을 갖춘 것과 달리 비트코인은 사용자 보호장치가 없어 해킹에 취약하고, 중앙관리기관이 없어 피해를 복원할 방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비트코인 지갑서비스와 거래소를 대상으로 이뤄진 해킹에서 1천만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심한 가격 변동성은 보편적인 교환 매개로 활용될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 조사역은 "투기적 거래로 비트코인 가치가 급변동하고 있다"며 "내재적 가치가 없기 때문에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처럼 투기 수요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1년 1월 1비트코인(BTC)이 0.05달러 수준이었으나 올해 11월에는 1천200달러까지 급등했고 최근 각국의 규제 움직임이 있고서는 다시 600달러대까지 폭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여왔다.

이 조사역은 최근 비트코인 가맹점이 늘었지만 거래규모가 다른 지급수단이나 금융상품에 비해 적고 시간이 지날수록 채굴자가 가져갈 수 있는 비트코인 양이 줄어드는 점도 비트코인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개별 사용자가 채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전기를 사용하는 컴퓨터 연산을 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건당 평균 거래비용도 2.57달러에 달한다.

이 조사역은 "이런 이유들로 비트코인이 대안적 지급수단으로 성장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해킹이나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에 악용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비트코인 규제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조직화·기업화된 비트코인 서비스나 대규모의 상업적인 사용은 소비자보호와 과세, 불법행위 방지를 위해 적절한 규제체계 안에서 이뤄지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2009년 도입한 가상화폐로, 키프로스 금융위기 이후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으면서 사용이 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