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욱환 삼우ENI 대표가 서울 대치동 삼우ENI 서울 사무소에서 홀인원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조욱환 삼우ENI 대표가 서울 대치동 삼우ENI 서울 사무소에서 홀인원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골프나 사업이나 준비된 자세가 성공의 필수 조건입니다. 기본기를 충실히 다지고 상황마다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없죠. 기업도 평상시 사업기반을 잘 다져놓고 위기에 대비하지 않으면 휘청거릴 수 있어요.”

골프 구력 23년인 조욱환 삼우ENI 대표(64)는 “항상 준비된 자세”를 강조했다. 최근 서울 대치동 삼우ENI 서울사무소에서 조 대표를 만나 그의 골프와 사업 철학을 들어봤다.

조 대표는 1988년 건축내외장재 생산 및 설치 업체인 삼우ENI를 세운 뒤 1991년에 선물받은 골프채를 잡으며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 현재는 핸디캡 12인 보기 플레이어지만 7년 전만 해도 라운드를 나가면 두 번에 한 번은 싱글 스코어를 낼 정도로 실력파였다. 베스트스코어는 2005년에 기록한 1오버파다. 올해도 1오버파를 한 번 쳤다.

홀인원의 짜릿한 기억도 생생하다. 지난 6월2일 경기 용인시 태광CC 북코스 8번홀이 눈에 선하다. 조 대표는 “128m 거리의 오르막 파3홀에서 9번 아이언을 들고 쳤는데 핀 앞 1m 지점에 떨어진 공이 홀로 빨려들어가더라.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며 웃었다. 이글도 3개 기록했는데 2010년 2월 소피아그린CC 밸리코스 3번홀(파5)에서 기록한 샷 이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기본기가 중요해요. 처음 골프를 배울 때 5~6년 동안 정말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 전 새벽, 퇴근 후 저녁 때 연습장에 가서 기본기를 연마했어요. 마음과 몸을 준비하는 것도 필수입니다. 20여년 동안 라운드 전날엔 일찍 잠들고 당일엔 일찍 일어나 TV 골프채널을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합니다. 시험 보기 전날 벼락치기라도 공부를 해놔야 마음이 편한 것 아니겠어요. 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겁니다.”

삼우ENI는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매출 700억원을 올렸다. 그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15% 정도 된다. 조 대표는 1997년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상을 수상했고 2010년 무역의 날 500만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2011년엔 전국중소기업인대회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대표적인 중소기업인이다. 2007년부터 5년간 자랑스러운중소기업인협의회(자중회) 회장을 맡았다.

‘대박’을 노리기보다 실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도 그의 소신이다. 조 대표는 “라운드 도중 매홀 목표는 항상 파”라며 “이글을 목표로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운이 좋으면 칩샷으로 이글을 잡을 수도 있지만 자주 나오는 게 아니다”며 “사업도 대박을 치려고만 하지 말고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 대표는 “회사가 어려우면 책임은 100% 최고경영자(CEO)의 몫이므로 양지에 있을 때 음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사업이 잘될 때 위기 상황을 준비하며 유보금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엔 자서전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60대 중반이 되면서 제 삶을 기록하고 싶어졌습니다. 이제는 조금씩 정리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자식과 손자들에게 제가 누구였는지를 남기고 싶어지네요. 제 인생을 뒤돌아보는 시간도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