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가전, 따뜻한 겨울] 사막서 난로 파는 파세코, 20년 만에 '컴백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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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族 증가·전기요금 상승 등으로 석유난로 수요 급증
파세코는 사막에서 석유난로를 파는 회사다. 상징적으로 몇 대 파는 수준이 아니다. 지난해 중동 지역에 300억원어치가 넘는 제품을 수출했다. 올 들어서는 3분기까지 358억원어치를 팔았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이 미군에 쫓겨 사막 은신처에 숨어 다닐 때 이 회사 난로를 사용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만큼 파세코의 석유난로는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중동뿐 아니라 미국 유럽 러시아 등에서도 이 회사 제품을 많이 쓴다.
해외에서 검증받은 ‘실력’을 기반으로 파세코는 최근 국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추억의 석유난로’가 된 지 오래지만 최근 캠핑 인구 증가와 함께 전기요금 인상 등 ‘호재’가 겹치면서 다시 주목 아이템이 됐다. 모양은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기능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좋아졌다. 냄새, 그을음은 거의 없고 화재 위험도 크게 낮춰 안전성을 강화했다. 석유난로가 아날로그 감성에, 첨단 기능을 탑재하고 돌아온 셈이다.
과감한 해외 시장 공략으로 1위 올라
국내 석유난로 시장은 최근 20년 가까이 시장 자체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대만 해도 한 해 50만대 이상 팔렸던 석유난로는 1990년대 들어 판매 대수가 10만대 밑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주거 형태가 주택에서 아파트 위주로 바뀌고 중앙 난방이 대세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의 침체는 의외로 도약의 계기가 됐다. 파세코는 침체기에 접어든 국내 시장을 과감히 버리고 해외로 나갔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첫 타깃이었다. 도요토미, 코로나, 센코쿠 등 일본 석유난로 브랜드가 장악한 미국 시장에서 파세코는 일일이 수입상을 찾아다니며 판로를 개척했다. 비슷한 품질의 일본 제품보다 20~30% 싼 가격으로 내놨다. 미국 진출 1년 만인 1994년 1000만달러의 매출을 거뒀고 이듬해인 1995년에는 1500만달러 실적을 올렸다. 2004년에는 일본 도요토미를 제치로 미국 석유난로 시장 1위 자리까지 차지했다.
파세코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중동 수출길도 뚫었다. 중동지역은 낮에는 30~40도까지 기온이 오르지만 밤이 되면 5도 안팎까지 떨어져 일교차가 크다. 낮에는 매우 덥고 밤에는 서늘한 기온 탓에 사막 지역이라도 난방이 필요하다.
파세코는 지역 특성에 맞게 제품을 현지화했다. 서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가격을 일본 제품의 60~70% 수준으로 책정했다. 유목민을 위한 취사 기능이 들어간 난로를 내놨다. 본사 직원이 직접 관리하는 수리센터를 설치, 제품 신뢰도를 높였다.
이런 차별화 전략은 중동 지역에서 크게 성공했다. 현재 파세코는 중동 난로시장의 60%가량을 점유하며 1위 사업자로 입지를 굳혔다. 최근에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과 러시아 시장에도 진출해 지난해 각각 24억원과 4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美·日 등에서 안전성 입증
파세코가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끈 배경에는 낮은 가격도 있지만 안전성이 절대적인 몫을 차지했다. 석유난로의 핵심 부품인 심지와 버너의 설계 및 제조기술을 보유한 파세코는 일찍부터 수출에 나서 기술력을 꾸준히 끌어올렸다.
특히 파세코의 석유난로는 각 나라에서 인증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했다. 미국의 경우 대표적 제품 안전규격 시험기관인 UL로부터 1999년 제품 인증을 받았다. UL은 1894년 설립된 미국 최초의 안전규격 개발 기관으로 안전 표준과 기준에 따라 매년 수천 종류의 제품을 테스트하고 인증한다. ‘UL 마크’는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안전에 대한 가장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일본연소기기검사협회(JHIA)로부터 안전 규격검사 합격 통보도 받았다. 일본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이 이 검사를 통과한 것은 처음이라는 게 파세코 측 설명이다. 지진이 잦은 지역 특성상 JHIA 인증을 받으려면 진동 발생시, 혹은 작은 내풍에도 소화장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올해 국내에서 80억원 매출 예상”
해외 시장을 평정한 파세코는 20년 만에 다시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3~4년 전부터 ‘캠핑족’을 중심으로 파세코의 석유난로를 해외에서 오히려 수입해 들여오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던 파세코는 캠핑에 적합하도록 휴대성을 강화하고 발열량을 높여 2011년부터 전국 주요 할인점에서 석유난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파세코가 국내 시장에 처음 내놓은 ‘캠프 23’은 동급 크기(높이 525㎜)로는 최대 발열량(5400㎉)을 자랑한다. 상판을 분리하면 높이가 450㎜까지 낮아져 소형차 트렁크에도 적재가 가능하다.
파세코는 캠핑 석유난로에 더해 올해 팬히터 신제품인 ‘캠프 5000’을 출시했다. 캠핑에 더 적합하도록 발영량을 1000W까지 높였고, USB 연결포트를 탑재해 휴대폰 충전 기능을 넣었다.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로 조명 기능을 하도록 편의성도 높였다.
캠핑용 석유난로뿐 아니라 가정용 제품도 올해 출시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석유난로의 인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서다. 여기에 정전에 대비한 비상용 난방 제품으로 석유난로가 주목받은 것도 한 원인이다. 올 들어 대형마트를 통해 제품을 내놓았다.
유일한 파세코 사장은 “과거와 달리 석유난로가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등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고 화재 위험도 거의 없도록 안전성을 크게 보강했다”며 “올해 국내 시장에서만 70억~8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기세척기 등 빌트인 가전도 생산…제습기·산업용 선풍기도 진출
석유난로가 주력인 파세코는 식기세척기, 가스쿡탑, 후드 등 빌트인 가전제품도 생산·판매한다. 삼성, 한샘, GE, 휘슬러 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한다. 자체 브랜드도 있다.
파세코의 가스쿡탑은 버너 크기가 크고 불꽃 감지센서를 통해 가스 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등 안전성을 높여 고급 빌트인 시장에서 인기가 좋다. 의류관리기, 쌀 냉장고, 행주·도마 살균기 등은 파세코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제품들이다.
파세코는 업소용 가전시장에도 진출했다. 리프트 튀김기와 대형 밥솥을 프랜차이즈, 급식업체 위주로 마케팅 중이다. 프랜차이즈 ‘강호동 육칠팔’에 파세코 제품이 들어갔고 신세계푸드와 CJ푸드빌 등 급식업체에도 납품했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리모델링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판단한 파세코는 필수 빌트인 가전인 가스쿡탑과 후드 제품 위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신규 사업으로 제습기, 산업용 선풍기 등의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파세코는 지난 19일 신일산업에 61억원어치 규모의 제습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신규 사업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해외에서 검증받은 ‘실력’을 기반으로 파세코는 최근 국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추억의 석유난로’가 된 지 오래지만 최근 캠핑 인구 증가와 함께 전기요금 인상 등 ‘호재’가 겹치면서 다시 주목 아이템이 됐다. 모양은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기능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좋아졌다. 냄새, 그을음은 거의 없고 화재 위험도 크게 낮춰 안전성을 강화했다. 석유난로가 아날로그 감성에, 첨단 기능을 탑재하고 돌아온 셈이다.
과감한 해외 시장 공략으로 1위 올라
국내 석유난로 시장은 최근 20년 가까이 시장 자체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대만 해도 한 해 50만대 이상 팔렸던 석유난로는 1990년대 들어 판매 대수가 10만대 밑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주거 형태가 주택에서 아파트 위주로 바뀌고 중앙 난방이 대세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의 침체는 의외로 도약의 계기가 됐다. 파세코는 침체기에 접어든 국내 시장을 과감히 버리고 해외로 나갔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첫 타깃이었다. 도요토미, 코로나, 센코쿠 등 일본 석유난로 브랜드가 장악한 미국 시장에서 파세코는 일일이 수입상을 찾아다니며 판로를 개척했다. 비슷한 품질의 일본 제품보다 20~30% 싼 가격으로 내놨다. 미국 진출 1년 만인 1994년 1000만달러의 매출을 거뒀고 이듬해인 1995년에는 1500만달러 실적을 올렸다. 2004년에는 일본 도요토미를 제치로 미국 석유난로 시장 1위 자리까지 차지했다.
파세코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중동 수출길도 뚫었다. 중동지역은 낮에는 30~40도까지 기온이 오르지만 밤이 되면 5도 안팎까지 떨어져 일교차가 크다. 낮에는 매우 덥고 밤에는 서늘한 기온 탓에 사막 지역이라도 난방이 필요하다.
파세코는 지역 특성에 맞게 제품을 현지화했다. 서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가격을 일본 제품의 60~70% 수준으로 책정했다. 유목민을 위한 취사 기능이 들어간 난로를 내놨다. 본사 직원이 직접 관리하는 수리센터를 설치, 제품 신뢰도를 높였다.
이런 차별화 전략은 중동 지역에서 크게 성공했다. 현재 파세코는 중동 난로시장의 60%가량을 점유하며 1위 사업자로 입지를 굳혔다. 최근에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과 러시아 시장에도 진출해 지난해 각각 24억원과 4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美·日 등에서 안전성 입증
파세코가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끈 배경에는 낮은 가격도 있지만 안전성이 절대적인 몫을 차지했다. 석유난로의 핵심 부품인 심지와 버너의 설계 및 제조기술을 보유한 파세코는 일찍부터 수출에 나서 기술력을 꾸준히 끌어올렸다.
특히 파세코의 석유난로는 각 나라에서 인증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했다. 미국의 경우 대표적 제품 안전규격 시험기관인 UL로부터 1999년 제품 인증을 받았다. UL은 1894년 설립된 미국 최초의 안전규격 개발 기관으로 안전 표준과 기준에 따라 매년 수천 종류의 제품을 테스트하고 인증한다. ‘UL 마크’는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안전에 대한 가장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일본연소기기검사협회(JHIA)로부터 안전 규격검사 합격 통보도 받았다. 일본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이 이 검사를 통과한 것은 처음이라는 게 파세코 측 설명이다. 지진이 잦은 지역 특성상 JHIA 인증을 받으려면 진동 발생시, 혹은 작은 내풍에도 소화장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올해 국내에서 80억원 매출 예상”
해외 시장을 평정한 파세코는 20년 만에 다시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3~4년 전부터 ‘캠핑족’을 중심으로 파세코의 석유난로를 해외에서 오히려 수입해 들여오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던 파세코는 캠핑에 적합하도록 휴대성을 강화하고 발열량을 높여 2011년부터 전국 주요 할인점에서 석유난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파세코가 국내 시장에 처음 내놓은 ‘캠프 23’은 동급 크기(높이 525㎜)로는 최대 발열량(5400㎉)을 자랑한다. 상판을 분리하면 높이가 450㎜까지 낮아져 소형차 트렁크에도 적재가 가능하다.
파세코는 캠핑 석유난로에 더해 올해 팬히터 신제품인 ‘캠프 5000’을 출시했다. 캠핑에 더 적합하도록 발영량을 1000W까지 높였고, USB 연결포트를 탑재해 휴대폰 충전 기능을 넣었다.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로 조명 기능을 하도록 편의성도 높였다.
캠핑용 석유난로뿐 아니라 가정용 제품도 올해 출시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석유난로의 인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서다. 여기에 정전에 대비한 비상용 난방 제품으로 석유난로가 주목받은 것도 한 원인이다. 올 들어 대형마트를 통해 제품을 내놓았다.
유일한 파세코 사장은 “과거와 달리 석유난로가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등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고 화재 위험도 거의 없도록 안전성을 크게 보강했다”며 “올해 국내 시장에서만 70억~8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기세척기 등 빌트인 가전도 생산…제습기·산업용 선풍기도 진출
석유난로가 주력인 파세코는 식기세척기, 가스쿡탑, 후드 등 빌트인 가전제품도 생산·판매한다. 삼성, 한샘, GE, 휘슬러 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한다. 자체 브랜드도 있다.
파세코의 가스쿡탑은 버너 크기가 크고 불꽃 감지센서를 통해 가스 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등 안전성을 높여 고급 빌트인 시장에서 인기가 좋다. 의류관리기, 쌀 냉장고, 행주·도마 살균기 등은 파세코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제품들이다.
파세코는 업소용 가전시장에도 진출했다. 리프트 튀김기와 대형 밥솥을 프랜차이즈, 급식업체 위주로 마케팅 중이다. 프랜차이즈 ‘강호동 육칠팔’에 파세코 제품이 들어갔고 신세계푸드와 CJ푸드빌 등 급식업체에도 납품했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리모델링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판단한 파세코는 필수 빌트인 가전인 가스쿡탑과 후드 제품 위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신규 사업으로 제습기, 산업용 선풍기 등의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파세코는 지난 19일 신일산업에 61억원어치 규모의 제습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신규 사업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