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경험으로 올해 대학에 합격한 정서령 양(오른쪽 첫번째)이 22일 어머니 최현정 씨(세번째),최선호 블랙야크 사원(네번째),강진규 본지 기자(두번째) 등과 관악산에 올라 야호하고 소리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등산 경험으로 올해 대학에 합격한 정서령 양(오른쪽 첫번째)이 22일 어머니 최현정 씨(세번째),최선호 블랙야크 사원(네번째),강진규 본지 기자(두번째) 등과 관악산에 올라 야호하고 소리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꿈을 찾으려고 오르던 산이 제 꿈이 됐어요.”

올해 을지대 스포츠아웃도어학과 수시모집에 합격한 정서령 양(18)과 함께 지난 22일 관악산을 찾았다. 정양은 블랙야크에서 진행하는 명산40 행사에 적극 참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이 학과에 최종 합격했다. 정양은 “어린 여학생이 산을 좋아하고 자주 오른다는 점을 대학 측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열심히 배워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을지대 스포츠아웃도어학과는 지난해 처음 학생을 받은 신규 개설 학과다. 아웃도어 활동 전반을 직접 체험하고 이 경험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다. ‘트레킹 전문가’ ‘아웃도어 용품 개발자’ 등을 길러 내겠다는 것.

정양은 스포츠아웃도어학과 입학을 계기로 스포츠 아웃도어브랜드의 마케팅 전문가가 되는 것을 꿈으로 정했다. 정양은 “직접 제품을 입고 아웃도어 활동을 해보지 않고서는 어떤 부분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야 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라며 “대학교에서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체험한 후 블랙야크 등 국내 아웃도어 업체의 마케팅 담당자로 입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관악산은 해발 629m의 산으로 바위가 많아 높이에 비해 험하다. 정상에는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서울을 도읍으로 정할 때 남쪽의 화를 막기 위해 지은 두 절인 연주사, 원각사가 있다. 최근에는 관악구에서 둘레길을 조성해 가볍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코스도 마련됐다. 이날 정양과는 관악산 둘레길 2구간을 걸었다. 기존 관악산 입구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오른쪽으로 빠지면 나오는 길이다. 호압사를 지나 미림여고 방면으로 내려오는 구간이다.

정양이 처음 산을 찾은 것은 올해 초였다. 계기는 단순했다. 정양은 “작년 말에 아버지께서 처음으로 등산용 재킷을 사주셨다”며 “그냥 두기 아까워 산이라도 올라보자는 마음으로 집 앞 뒷산부터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차에 정양은 ‘더 재밌게 다양한 산을 오를 수 없을까’라는 생각에 동호회 등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명산40 행사를 알게된 뒤에는 바로 참가 신청을 해 전국 각지의 산을 타기 시작했다. 정양은 “아무런 꿈도 없이 기계처럼 공부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활동을 하면서 꿈을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신청했다”며 “매주 토요일 엄마와 함께 명산40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명산40은 설악산 소백산 북한산 관악산 등 국내 40곳의 명산을 선정해 ‘단풍’ ‘기암괴석’ ‘억새’ ‘초가을’ 등을 주제로 산을 오르는 행사다. 최근에는 정양과 같은 젊은이들의 참가도 늘어나고 있다. 참가자 3000명 중 11%인 330여명이 35세 미만 미혼 남녀라는 것이 블랙야크 측의 설명이다. 명산40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홈페이지 ‘마운틴북’(www.mountainbook.co.kr)에도 전체 이용자의 10% 정도인 800여명의 젊은이들이 가입해 있다. 정양은 관악산 북한산 태백산 등 38좌를 올랐다. 학업 등의 이유로 신불산 설악산을 오르지 못해 40좌 완등에는 실패했지만 블랙야크 초청으로 완주자의 밤 행사에는 참석할 수 있게 됐다.

정양은 “처음 찾은 태백산이 가장 힘들었다”며 “내려올 때 다리가 후들거려 혼났다”고 털어놨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긴 했지만 산을 본격적으로 타는 것은 처음이라 적응이 안되서 힘들었다는 것.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지난 6일에는 경기도산악연맹이 선발한 청소년 오지탐사대 일원으로 뽑혀 중국 타구냥산을 오르기도 했다. 정양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교장선생님의 추천으로 탐사대에 참가하게 됐다”며 “해발 3850m의 1캠프에서 같이 간 친구들의 고산병 증세가 심해져 정상을 밟지는 못했지만 높은 산을 체험해볼 수 있어 뜻깊은 탐사였다”고 말했다.

정양은 “내년에도 블랙야크에서 산을 오르는 행사를 마련하면 다른 생각 하지 않고 바로 참가 신청서를 보낼 것”이라며 “스포츠아웃도어학과에서 만날 친구들과 함께 산을 오르면 더 재미있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악산=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