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구제금융을 졸업할 것이라고 선언한 스페인에 외국인 투자가 몰려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에서부터 국부펀드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투자자들이 이제 막 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스페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국제라디오(RFI) 방송에 따르면 올해 들어 스페인이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190억 유로(약 27조2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배에 달했다.

싱가포르 펀드가 스페인 석유회사인 렙솔에 투자한 것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가 스페인의 한 에너지 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또 카타르 홀딩스가 에너지 기업인 이베르드롤라의 1대 주주가 되는 등 외국 투자자들이 남미권에 진출한 스페인 에너지 기업에 투자를 확대했다.

게이츠는 지난달 스페인 주요 건설회사인 FCC 지분 6%를 1억850만유로에 인수해 이 회사의 2대 주주가 됐다. 월가의 큰 손인 워런 버핏과 멕시코 최대 갑부인 카를로스 슬림도 스페인 금융시장에 진입했다.

호세 마누엘 소리아 스페인 산업부 장관은 게이츠의 지분 인수에 대해 “스페인 경제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회복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중요한 조치”라고 반색했다.

스페인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 붕괴로 은행권이 부실해지면서 작년 6월 유럽연합(EU)에 1000억 유로의 긴급 은행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후 은행권 지원과 구조조정을 거쳐 내년 1월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관리체제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스페인 당국은 최근 밝혔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