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538억원. 조갑호 LG화학 대외협력총괄 전무(사진)가 에너지 절약 시설투자를 통해 5년간 절감한 에너지 비용이다. 2008년 연평균 1%에 그치던 LG화학의 원단위 개선율은 현재 6% 수준으로 크게 향상됐다.

조 전무가 에너지·온실가스 분야를 총괄하게 된 것은 2005년부터다. 그는 에너지 비용이 LG화학의 영업이익 규모에 맞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철저하게 현상 분석을 시작한 결과, 회사의 에너지 절감 수준이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 최고경영자(CEO)와 실제 에너지 절감 현장에 있는 사업장 책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전사 에너지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CEO를 위원장으로 두고, 사업장 책임자를 위원으로 참여토록 했다. 에너지 비용현황 공유, 연도별 에너지 절감 목표 수립, 에너지 절감 우수사례 CEO 포상 등을 진행한 결과 에너지 절감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전환돼갔다.

가장 혁신적인 에너지 절감 사례는 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많은 납사 크래킹 공정(NCC)의 개선이었다. 항공 우주산업에서 사용하던 에어로젤을 여수 NCC공장에 업계 최초로 적용해 열손실을 감소시키고, 분해로 내부 격벽을 설치해 열효율을 1.5% 개선했다. 덕분에 총 214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여수 NCC공장의 성공사례를 대산공장에도 적용해 추가적인 에너지 절감을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100도 미만의 저온 폐열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8월 특허까지 등록하기도 했다.

조 전무가 이 같은 에너지 절감 정책과 더불어 중요하게 추진한 것은 국가 에너지 정책과의 공조였다. 이전엔 회사 자체적으로 에너지 사용 계획을 수립했지만 이는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비율 높이기 정책과 연계해 오창 1공장에서는 3㎿ 규모의 태양광발전설비를 구축하고, 파주, 여수 등 새롭게 건설하는 공장에도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자가발전 비율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2015년까지 자가발전 비율을 기존 대비 100% 높이는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2011년부터 발생한 겨울철과 여름철의 국가적인 전력 부족상황에서는 생산계획을 조정하기도 했다. 특히 올여름 국가적 위기라 할 만큼 전력수급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기업 차원의 결단이 필요했다. 조 전무는 공정의 보수 일정을 전력사용이 가장 많은 피크기간으로 조정하고, 강도 높은 절전 계획을 수립해 이행한 결과 기존 대비 약 20% 이상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