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8명의 대통령, 한 명의 집사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원제 The Butler)는 격변하는 미국 현대사를 통과한 한 흑인 가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프레셔스'(2009)의 리 대니얼스 감독은 목화밭에서 백인의 총을 맞아 죽은 아버지, 백악관의 집사로 평생을 산 주인공, 고위 공직자가 된 아들의 사연을 통해 흑백차별의 역사를 도도한 드라마로 펼쳐보인다.

어린 시절 백인 주인의 무자비함 탓에 아버지를 여읜 세실(포레스트 휘태커).
피눈물나는 눈칫밥을 먹으며 집사 교육을 받은 그는 성인이 되고 나서 도주해 어느 호텔에서 일한다.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으나 뛰어난 서빙 실력으로 좋은 평판을 얻은 그는 호텔 손님으로 온 고위 공직자의 눈에 들어 버틀러(집사)로 백악관에 입성한다.
[새영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8명의 대통령, 한 명의 집사
그러나 세실이 일에 매진하던 사이, 부인 글로리아(오프라 윈프리)는 알코올에 빠지고 힘들게 벌어 기껏 대학에 보낸 첫째 아들은 흑인 인권운동에 매진한다.

급기야 월남전에 참전한 둘째 아들은 주검이 돼 돌아오면서 세실의 삶은 밑바닥으로 추락한다.

영화는 아이젠하워부터 레이건 대통령까지 34년간 8명의 대통령을 수행한 백악관 집사 유진 앨런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리 대니얼스 감독은 흑백차별의 역사를 새로운 형식미로 그려내진 못했지만 시대의 주름과 굴곡이 담긴 세실의 극적인 삶을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가,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성공적으로 던진다.

일단 도도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1988년 '버드'로 칸영화제 남자배우상, 2006년 '라스트 킹'으로 아카데미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포레스트 휘태커의 연기는 역시나 독보적이다.

"아들과 부인에게 보여주는 진짜 얼굴과 백인들 앞에서 보여주는 얼굴"을 다양한 표정으로 그려냈다.

여기에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의 연기가 의외로 탄탄하다.

토니 모리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비러브드'(1998) 이후 15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윈프리는 술에 절어가면서도 남편과의 의리를 지키는 글로리아 역을 담담하게 표현해냈다.

오랫동안 백인을 상대하는데 익숙한 흑인 버틀러끼리 악수할 때 손끝만 잡는 꼼꼼한 디테일, 사회적 정의를 강조하는 워싱턴 정가와 테네시주에서 자행되는 흑인차별을 교차로 보여주는 장면 등 꼼꼼한 연출도 눈길을 끈다.

케네디, 닉슨, 레이건 등 각 대통령의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올해 전미 박스오피스에서 3주간 1위에 올랐다.

11월28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32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