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강제 할당 금지…공정위 '甲-乙관계' 가이드라인 첫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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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간 절반 지난 우유 '밀어내기' 못해
"법으로 규제" 주장하는 민주당과 마찰 불가피
공정위 "과도한 규제, 대리점에 더 불리할 수도"
"법으로 규제" 주장하는 민주당과 마찰 불가피
공정위 "과도한 규제, 대리점에 더 불리할 수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갑을(甲乙) 관계’ 문제를 촉발시킨 남양유업 사태를 근절하기 위해 유제품업 모범거래기준을 만들었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대리점에 강제 할당하는 등 유제품업계의 ‘밀어내기’ 관행을 막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야당은 ‘을’을 보호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관철시킬 수 있는 별도의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번 모범거래기준 마련으로 충분하다는 공정위와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밀어내기-강제할당 금지
공정위는 유제품업체가 대리점에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유제품 제조·판매 사업자와 대리점 간 거래상 지위남용 방지를 위한 모범거래기준’을 제정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지난 5월 남양유업이 일부 대리점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나 미주문 제품을 구입하도록 강제해 논란이 된 이후 남양유업, 서울우유, 매일유업, 한국야쿠르트 등 주요 업체들과 논의해 만들었다. 모범거래기준은 법적 강제 지침은 아니지만 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사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업체가 이 지침을 어길 경우 공정거래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유제품업체들도 이번 모범거래기준을 지키기로 공정위와 협약서를 작성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유제품업체는 유통기간이 50% 이상 지나 정상적인 판매가 곤란한 제품을 대리점에 강제 공급할 수 없다. 또 대리점이 원하지 않는 비인기 제품, 신제품 등도 강제 할당이 금지됐다. 다만 멸균우유, 치즈, 분유 등 유통기간이 수개월에서 1년에 이르는 제품들은 유통기간이 절반 이상 지났어도 정상적인 유통을 할 수 있게 했다.
본사가 대리점의 주문 내역을 임의로 변경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유제품업체가 주문시스템을 조작해 대리점이 필요 이상의 물량을 받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밖에 본사는 특정 금융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판매대금을 회수하는 ‘판매전용카드’ 결제 방식을 강요할 수 없으며 판촉행사 비용을 대리점에 강제로 부담시킬 수도 없게 된다. 거래처, 거래 내역 등 대리점의 사업상 비밀자료 요구도 금지되고 판매목표량 달성을 강요하는 것도 법 위반이다.
◆민주당 “별도 법으로 규제해야”
공정위는 이번 모범거래기준 마련으로 유제품업계의 고질적인 ‘갑을관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여야 의원들이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앞다퉈 발의하며 별도의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변수다. 특히 민주당은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을 이번 국회 회기 때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하는 민생법안으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남양유업 사태처럼 재빨리 대응해야 할 사안은 관련 지침이나 고시를 유연하게 변경하면서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법으로 규제하면 신속하게 규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번 모범거래기준에는 ‘남양유업 방지법’에 담긴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 유형 규정’ 등 상당수 내용이 반영돼 있어 추가 법령 제정은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6월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대리점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갑자기 규제를 강화하면 유통구조가 바뀌어 대리점에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익상 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도 ‘남양유업 방지법’ 검토 보고서에서 “대리점 직영화, 대형마트 및 전자상거래 등 다른 유통채널로의 전환을 가속시켜 대리점 영업 기반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밀어내기-강제할당 금지
공정위는 유제품업체가 대리점에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유제품 제조·판매 사업자와 대리점 간 거래상 지위남용 방지를 위한 모범거래기준’을 제정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지난 5월 남양유업이 일부 대리점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나 미주문 제품을 구입하도록 강제해 논란이 된 이후 남양유업, 서울우유, 매일유업, 한국야쿠르트 등 주요 업체들과 논의해 만들었다. 모범거래기준은 법적 강제 지침은 아니지만 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사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업체가 이 지침을 어길 경우 공정거래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유제품업체들도 이번 모범거래기준을 지키기로 공정위와 협약서를 작성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유제품업체는 유통기간이 50% 이상 지나 정상적인 판매가 곤란한 제품을 대리점에 강제 공급할 수 없다. 또 대리점이 원하지 않는 비인기 제품, 신제품 등도 강제 할당이 금지됐다. 다만 멸균우유, 치즈, 분유 등 유통기간이 수개월에서 1년에 이르는 제품들은 유통기간이 절반 이상 지났어도 정상적인 유통을 할 수 있게 했다.
본사가 대리점의 주문 내역을 임의로 변경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유제품업체가 주문시스템을 조작해 대리점이 필요 이상의 물량을 받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밖에 본사는 특정 금융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판매대금을 회수하는 ‘판매전용카드’ 결제 방식을 강요할 수 없으며 판촉행사 비용을 대리점에 강제로 부담시킬 수도 없게 된다. 거래처, 거래 내역 등 대리점의 사업상 비밀자료 요구도 금지되고 판매목표량 달성을 강요하는 것도 법 위반이다.
◆민주당 “별도 법으로 규제해야”
공정위는 이번 모범거래기준 마련으로 유제품업계의 고질적인 ‘갑을관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여야 의원들이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앞다퉈 발의하며 별도의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변수다. 특히 민주당은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을 이번 국회 회기 때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하는 민생법안으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남양유업 사태처럼 재빨리 대응해야 할 사안은 관련 지침이나 고시를 유연하게 변경하면서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법으로 규제하면 신속하게 규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번 모범거래기준에는 ‘남양유업 방지법’에 담긴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 유형 규정’ 등 상당수 내용이 반영돼 있어 추가 법령 제정은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6월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대리점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갑자기 규제를 강화하면 유통구조가 바뀌어 대리점에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익상 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도 ‘남양유업 방지법’ 검토 보고서에서 “대리점 직영화, 대형마트 및 전자상거래 등 다른 유통채널로의 전환을 가속시켜 대리점 영업 기반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