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허용 첫날 증권株 와르르
금융주 공매도가 허용된 첫날 증권업종에 전체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량의 44%가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증권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낮고 일부 중대형 증권주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팔고 나중에 갚는 투자기법이다. 금융주 공매도는 2008년 10월 금지됐다가 14일 허용됐다.

코스콤에 따르면 이날 증권업종에서 347만4000주, 342억1000만원 규모의 공매도가 진행됐다. 증권업종 총 거래량과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량·거래대금 비중은 각각 10.27%, 16.48%로 유가증권시장 업종 중 가장 높았다. 은행·보험주의 공매도 거래량은 32만주에 그쳤다.

개별 종목별로는 KDB대우증권 전체 거래량의 32.81%(177만3550주)가 공매도로 이뤄졌다. 현대증권(29.58%) 삼성증권(22.53%) 한화투자증권(24.01%) 미래에셋증권(22.18%) 등의 공매도 비중이 특히 높았다. 키움증권(0.09%)과 우리투자증권(1.19%)은 공매도 비중이 비교적 낮았다.

이에 따라 증권업종지수는 이날 3.20% 하락하며 업종지수 중 가장 많이 떨어졌고 KDB대우증권(-5.15%) 현대증권(-5.06%) 등 증권주 대부분이 동반 하락했다.

증권주에 공매도가 몰린 것은 기관·외국인들이 증권업황을 부정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증권주 밸류에이션이 은행·보험보다 높은 것도 공매도가 집중된 원인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증권 등 중대형 증권사 6곳의 2014년 예상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6.9~31.8배로, 은행업종 7개사(6.7~9.4배), 보험업종 8개사(6.2~18.3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허용으로 모든 증권주의 주가가 부진하지는 않겠지만 수익성이 안 좋은 증권주 주가에 향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우리금융(-0.42%) KB금융(-0.9%) 하나금융지주(-0.26%) 등 은행주와 삼성화재(1.59%) 등 보험주는 증권주보다 선전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보험 업황이 증권업종보다 낫기 때문에 공매도 허용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