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이 10% 오르면 국내 제조업체의 영업이익이 2조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조만간 전기요금 인상률을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기업들은 전기료 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수출경쟁력 저하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매출 기준 600대 기업 중 127곳을 상대로 공동설문을 한 결과 기업들은 산업용 전기료가 10% 인상되면 영업이익이 평균 2.9%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지난해 자산 100억원 이상 국내 제조업체 9525곳의 영업이익이 총 77조7639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료 10% 인상이 제조업체들의 영업이익을 2조2551억원 감소시킬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산업용 전기료 인상 때 우려되는 점으로 △수익성 악화로 인한 경영난 심화(47.0%) △수출경쟁력 약화(33.5%) △조업시간 조정에 따른 노사 갈등 심화(10.6%) 등을 꼽았다. 요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업종은 제지, 철강·비철금속, 비금속광물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료가 10% 오르면 영업이익이 제지는 5.8%, 철강·비철금속은 5.5%, 비금속광물은 5.1%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비금속광물 6.4% △제지 5.8% △철강·비철금속 5.1% △전자 4.5% 등이었다.

중견 철근제조업체인 A사는 지난해 전기요금으로 722억원을 냈고, 올해는 770억원을 내야 한다. 다음달 추가로 요금이 5% 오르면 납부해야 할 금액이 809억원으로 늘어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전기료 부담 때문에 올해 39억원의 영업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섬유업계도 위기다. 수입 원면(솜) 등을 원료로 방적사(실)를 생산해 의류 및 생활용품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면방산업의 주에너지원이 전력(95% 이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로 요금이 오르면 상당수 업체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요금 인상을 위한 선결과제로 한국전력 원가 정보에 대한 투명성 확보(30.2%)와 자구노력 실천(27.4%)을 많이 꼽아 한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한전은 원가 이하의 전기료가 적자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업들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전은 원가를 계산할 때 일반기업의 원가에는 들어가지 않는 적정투자보수와 법인세까지 포함시키고 있다”며 “이를 감안할 때 원가회수율이 90% 이상이면 흑자며 산업용 원가회수율은 이미 100%를 넘었을 것”이라고 했다. 설문에 응한 기업의 대다수인 81.1%는 적절한 요금 인상 시기에 대해 ‘경기 회복 이후’라고 응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의 산업용 전기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훨씬 싸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며 “물가 수준을 감안할 때 산업용 전기료는 OECD 평균의 83% 수준으로 32개 회원국 중 11위”라고 설명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