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인기 시들해진 우리사주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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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IPO 34곳 중 절반이 10% 미만 배정
2012년 비해 반토막 수준
공모주 인기와 반비례…직원들도 "스톡옵션 선호"
2012년 비해 반토막 수준
공모주 인기와 반비례…직원들도 "스톡옵션 선호"
▶마켓인사이트 11월4일 오후 5시25분
신규 상장사들이 우리사주조합 물량을 줄이고 있다. 직원들이 주식배정을 부담스러워하자 우리사주물량을 10% 미만으로 줄이거나 아예 배정하지 않는 회사도 늘었다. 일반공모 흥행을 위해 우리사주조합 우선 배정을 선호했던 회사들도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자 조합물량이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IPO기업 절반, 10% 미만 배정
4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기업공개(IPO)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34개 기업 가운데 우리사주조합 물량을 10% 미만으로 배정한 곳은 17개사였다. 지난해 신규 상장사들에 비해 우리사주조합 물량 배정 비중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최근 공모를 마친 내츄럴엔도텍과 에이씨티는 각각 8%, 4.8%의 주식만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했다. 현대공업, 라이온켐텍, 미동전자통신 등도 10% 미만의 주식만 우리사주조합이 가져간다. 공모를 마친 신규 상장사 지엔씨에너지, KG ETS, 세호로보트, 지디 등도 조합원 물량이 5% 미만이었다. 자본시장법과 근로복지기본법에 따르면 신규 상장사는 총 공모주식의 최대 20%까지 우리사주조합원에게 우선 배정할 수 있다. 임직원들이 회사 주식을 취득하게 함으로써 노사 간 공존의식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우리사주조합 물량이 줄어든 데는 주식시장 회복과 공모주 흥행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시가 침체돼 있을 땐 공모흥행을 위해 반강제적으로 임직원에게 공모주 20%를 떠넘기는 경우들이 있었다. IPO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공모주가 인기를 끌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서로 물량을 가져가려고 한다”며 “직원들의 수요에 따라 물량을 조정하는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직원들 “장점 없다” 기피
직원들도 우리사주조합 배정 물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반기는 분위기다. 증시 상황이 좋더라도 사실상 ‘할당’받는 우리사주조합 물량을 몇천만원씩 들여 사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중소기업 근로자가 수천만원 규모의 주식을 사기는 어렵다”며 “1년 뒤에 주가가 오른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선뜻 거액을 투자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상장 뒤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우리사주조합원은 1년간의 보호예수기간이 있기 때문에 돈이 묶이는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이 활성화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기술(IT) 업체의 경우 임직원들에게 상장하기 전 대규모 스톡옵션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직원들과 과실을 나누기 위한 목적이라면 미리 싼값에 스톡옵션을 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시 주식 배정을 받으면 일반투자자와 마찬가지로 공모가로 주식에 투자하는 데다 오히려 보호예수기간이 1년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장점이 없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