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에서 사망까지 '부자노인 잡기' 경쟁도
결과는 대박이었다. 출시 31영업일 만인 지난달 28일 가입액 1조원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농협은행이 내놓은 상품 중 가장 짧은 기간에 1조원을 달성했다.
◆연금 시장·부자 노인 잡아라
그동안 은행권에서 장·노년층은 상대적으로 중요한 고객군이 아니었다. 나이가 들수록 경제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저축 유인도 다른 세대보다 적다.
그러나 고령화가 급속하게 이뤄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평균 수명과 함께 예전보다 정년이 늘면서 장·노년층의 경제력을 무시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은행권은 이에 따라 장·노년층이 받는 연금을 공략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매월 수령하는 각종 연금을 자동이체하면 금리를 더 주는 ‘우리평생파트너통장’을 지난 7월 중순 출시했다. 이 상품은 석 달여 만인 지난달 말 가입 금액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퇴직금 예치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국민은행 ‘KB골든라이프예금’도 출시 5개월 만인 지난달 말 가입 금액이 2800여억원에 달했다.
상품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부자 노인’을 잡기 위한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는 최근 요리 강좌를 열었다. 중·장년 고객들의 취미 생활까지 도와주겠다는 의도다. 신한은행은 PB 고객 자녀들 간 만남의 기회를 제공해 혼사까지 돕는다.
◆노인 특화 보험·카드 상품도 인기
보험업계도 장·노년층 공략에 나섰다. 특히 고령화로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이 많아지면서 간병보험의 인기가 뜨겁다. 간병보험은 치매나 중풍처럼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간병비 등을 집중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LIG손해보험이 올초 선보인 ‘110 LTC간병보험’의 누적 초회보험료는 지난 9월 말 기준 110억원으로 100억원을 돌파하며 히트 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실버 고객을 위한 카드도 인기다. NH농협카드가 지난 8월 초 출시한 ‘국민연금증 카드’는 두 달여 만에 1만장 넘게 발급됐다. ‘국민연금증 카드’는 연금 수급자임을 확인하는 신분증 기능에 부가서비스를 더한 카드다. 2011년 이 카드를 먼저 출시한 신한카드는 누적 발급 실적이 최근 20만장을 돌파했다.
김일규/김은정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