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화 세일전자 사장(오른쪽)이 완성된 PCB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세일전자 제공
안재화 세일전자 사장(오른쪽)이 완성된 PCB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세일전자 제공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세일전자는 인천 남동산업단지 안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다.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 47%를 기록(작년 1423억원)할 정도로 급성장했고 올해 매출은 2000억원을 넘보고 있다. 종업원 수도 700명(상시근로자는 440명)에 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이 회사를 방문해 ‘일자리 창출’을 높이 평가했을 정도다.

이 회사의 고민은 ‘성장통’이다. 중견기업으로 올라가면 산업기능요원을 뽑을 수 없고 외국인 노동자도 채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술개발·투자로 매출 급증
안재화 세일전자 사장은 “정보기술(IT)업체와 자동차회사 등 주요 거래처는 기술 변화가 굉장히 빠르다”며 “이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부품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납품할 수 있는지가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끊임없이 해야만 부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일전자는 컨트롤박스 등 자동차 전자장치에 들어가는 연성 PCB와 스마트폰에 쓰이는 PCB의 집적도를 높이는 등 제조기술을 혁신하는 데 많은 투자를 했다. 올해만 600여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추가로 짓고 설비도 새로 들여놨다. 신공장은 지난 9월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안 사장은 “얇은 PCB 층을 어떻게 쌓는지부터 시작해 부품을 탑재하는 모양, 면적, 가공 등 모든 제조분야에서 자동차 전자장치나 스마트폰에 최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출이 연평균 50%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인 것에 대해 “기술 변화를 늘 주시하고 시장에 활용 가능한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내년 기업공개 추진

안재화 사장의 '성장통' 고민…"중견기업도 산업기능요원 뽑게 해줘야"
세일전자는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3 등에 PCB를 납품하고 있다. 안 사장은 “올해 매출 2000억원 달성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고 내년에는 3000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런 성장세를 바탕으로 내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방침이다. 자체 자금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성장 속도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안 사장은 “얼마 전 중국의 한 모바일 부품기업 협력업체로 등록하고 일부 제품을 납품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자연스럽게 중국에 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카메라 모듈은 중국이 취약한 분야인데 이쪽에서도 제품 라인업을 갖추려 한다”며 “고객사를 늘리고 아이템도 다양하게 갖출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산업기능요원 뽑도록 허용해야”


세일전자는 납입자본금이 23억원인 중소기업이다. 상시근로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440명으로 중소기업 기준(300명 이하)을 넘어섰지만 ‘자본금 80억원 미만’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지금은 가능하다. 하지만 3년 평균 매출이 1500억원을 넘어서면 곧바로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회사 측은 내년 또는 2015년에는 ‘중견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중견기업이 되면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과 외국인 노동자를 더 이상 뽑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안 사장은 “회사를 두세 개로 쪼개는 방안도 생각해봤으나 임시방편이란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정부가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이라도 뽑을 수 있도록 허용했으면 좋겠다”며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동산업단지=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