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결제 확인돼도 '뒷짐'
지난해 휴대폰 소액결제 시장은 3조원 규모로 건당 2~3%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가져간 수수료만 연간 600억~700억원에 달한다. 이통사별로 매년 최소 100억원 이상은 남기고 있는 것. 하지만 사고가 발생해 이통사에 민원을 제기하면 CP 연락처를 가르쳐주는 게 고객 대응의 전부다. 해당 CP가 결제 시 정상적으로 승인 절차를 거쳤는지, 어떤 사업을 하는 업체인지 정보를 요구해도 무대응으로 일관한다. 이정호 KT 홍보실 매니저는 “휴대폰 소액 결제 사업은 이통사가 결제대행사와 요금 회수 대행 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통사도 CP 등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고객을 위해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통사가 책임을 미루더라도 CP를 통해 정확한 정보 확인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영세한 CP들의 고객센터는 직원 수가 적어 통화 한번 연결하기도 쉽지 않다. 이마저도 본사가 아니라 콜센터 업무를 외주 준 곳이라면 책임 있는 답변을 들을 수도 없다.
무단 청구가 확인돼도 해당 결제 사항을 쉽게 취소하지 않는 것도 이통사의 문제점이다. 이 매니저는 “결제가 이뤄진 달에 부당 요금이 확인되면 결제를 취소할 수 있지만 요금 청구가 이뤄지는 다음달에는 먼저 요금을 낸 후 CP에서 환불받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무단 청구의 경우, 소비자는 요금 청구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결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게 일반적이다. 고의로 요금을 빼가는 CP들이 사전에 결제 사실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이통사들은 전산에 한번 등록된 요금은 취소할 수 없다며 부당 청구 항목까지 소비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KT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전화결제산업협회에 따르면 불법 무단 결제된 내용은 이동통신 요금과 분리해서 낼 수 있도록 사업자 간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관계자는 “이통사들의 지사나 대리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찾으면 부당 청구된 금액을 제외하고 자신이 사용한 요금만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간 자율 협약 내용조차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게 이통사들의 문제다.
송경희 미래창조과학부 인터넷정책과장은 “소액결제 사업과 관련해 이동통신사들도 수수료를 받는 만큼 고객을 보호할 충분한 의무가 있다”며 “민원이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하는 절차 고지를 비롯해 부당 청구 내용 납부 등과 관련해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회를 통해 이통사들을 지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