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미래, 이 사람 설계에 달렸다
“류허(62·사진)가 도대체 누구야.” 요즘 베이징 외교가에서 류허 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차관)이 최고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그가 다음달 열릴 18기3중전회(18대 중앙위원회 3차 회의)에 제출할 시진핑 정부 개혁 방안의 밑그림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제시한 소위 ‘383개혁방안’(정부 시장 기업의 삼위일체 개혁과 8개 분야 중점 개혁 등)은 사실상 그가 주도한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그가 이미 올초부터 발전연구센터의 7개 연구팀을 한데 모아 개혁 방안을 연구해왔다고 보도했다.

류허는 발개위의 부주임 10명 중 서열 3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제 분야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조장 리커창 총리) 사무국 주임을 맡고 있는 데다 시진핑 주석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어 경제정책 분야에서 최고 실력자로 통한다. 일부에서는 그를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래리 서머스 전 국가경제위원장에 비유하기도 한다.

류허는 시 주석과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다. 베이징101중학교를 함께 다녔다. 그는 인민대 경제학과에서 석사 과정까지 마친 뒤 개혁개방을 주도하던 국가계획위원회에서 주로 일했다. 1990년대 초에는 미 세톤홀대 MBA를 졸업했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과정을 수료했다. 전문가들은 그가 이때부터 중국 경제를 시장의 관점에서 연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부주임으로서 세계은행과 공동으로 ‘중국2030’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국유기업의 개혁과 정부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지 않으면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류허는 경제학계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와 판강 국민경제연구소장이 1998년 만든 ‘중국경제 50인 포럼’은 현재 중국공산당 중앙위원 5명, 중앙위원 후보위원 2명을 회원으로 둔 최강의 학술단체다. 우징롄 발전연구센터 연구원, 러우지웨이 재정부장 등 거물급 인사와 신공급주의경제학을 주창하는 구캉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 소장, 쉬린 발개위 계획국장 등이 이 포럼 소속이다.

제일재경일보는 “그는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일관된 개혁론자”라며 “특히 지속 가능한 성장 방식과 과잉생산업종의 구조조정에 큰 관심이 있다”고 평했다. 최근 그를 만난 정영록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그는 개방적인 자세로 남의 말을 경청하면서도 자기주장은 확실하게 하는 강단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