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40일간의 열애…슬슬 '의심'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40일 연속 13조원 넘게 한국 주식을 샀다. 이 같은 외국인 장세가 언제까지, 어떤 강도로 지속될지 증권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환율과 원자재 가격 동향, 국내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 등이 외국인 매수세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인식하고 있다.

◆외국인, 40일 연속 ‘바이 코리아’

외국인과 40일간의 열애…슬슬 '의심'하기 시작했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0.54% 오른 2046.69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매수세와 기관 매도세가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상승으로 장이 끝났다. 외국인은 이날도 102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40일 연속 순매수 기록을 이어갔다. 이 기간 누적 순매수 금액은 13조4818억원이다.

하지만 외국인 순매수 강도는 눈에 띄게 약해졌다. 외국인 투자자의 하루 평균 순매수액은 9월 둘째주 793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9월 말 이후 2100억~2700억원 선을 유지하다 점차 줄어들고 있다.

외국인의 움직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는 환율이 꼽힌다. 수출기업 위주인 한국 증시 주요 종목의 실적을 결정하는 변수이고 환차익이라는 부가효과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8월 말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지수 상승으로 11%, 환차익으로 9%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스피지수 상승으로 추가이익 가능성이 줄고 환율 하락 부담도 커지면 외국인 매수세는 더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달까지는 외국인이 연속 순매수 기록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원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 매수세가 좀 더 빨리 멈출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의 주력이 변하는 점은 외국인 매수세가 ‘끝물’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7~8월에는 외국인 비차익매수가 거의 없어 장기자금일 가능성이 컸지만 9~10월에는 비차익매수 비중이 53%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수 플레이를 하는 단기 헤지펀드자금 비중이 9월 이후 급증한 만큼 이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비중 높은 종목 강세

외국인이 선호하는 대형 우량종목의 수익률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3일 현재 유가증권시장 725개 종목 중 외국인 지분이 50% 이상인 곳은 한라비스테온공조, 쌍용차, KB금융 등 26개였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에서 외국인 지분이 50%가 넘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전자 외국인 비중이 일시적으로 49.34%로 떨어졌지만 신한지주(64.14%), 네이버(56.61%), 삼성화재(54.32%), 포스코(54.20%), 현대모비스(50.00%) 등 시총 톱10 종목 중 상당수가 외국인 지분이 절반을 넘었다.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코스피지수가 1.94% 올랐는데 외국인 지분율 50% 이상 종목의 34.62%인 9개 종목이 3% 이상 뛰었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73.08%인 19개 종목이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인 상황에서는 외국인이 선호하는 대형 수출주 위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