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최문기 장관이 통신요금 원가공개 불가 입장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한 시민단체가 제기하고 있는 원가공개 소송에 대해 미래부가 항소하지 말고 원가자료를 공개하라고 압박하자 최 장관이 소송을 취하할 용의가 있다고 답변한 것이다. 아무리 의원들이 몰아붙였다지만 정부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돌연 입장을 번복했으니 통신사들이 반발하는 게 무리가 아니다.

기업에 원가는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영업비밀이다.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그동안 정부가 시민단체 요구를 거부해왔던 것도 그래서다. 지난해 행정법원이 시민단체가 제기한 원가공개 소송에서 영업보고서와 요금제를 인허가받을 때 내는 약관 설명자료 등 일부에 한해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그것조차 영업비밀일 수 있어 정부와 통신사가 항소 중인 상황이다. 아무리 국감이라도 소송 중인 사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정보공개법도 기업이 심각한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판에 주무부처 장관이 소송 취하 운운하니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원가공개를 주장하는 측은 가계 통신비가 비싸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그렇지만 통신요금은 서비스 내용이 복잡해 비교 자체가 어려울뿐더러 국내 요금이 외국보다 특별히 비싸다는 분명한 증거도 없다. 비싸게 느껴진다고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기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단말기 할부금, 과소비 등은 일절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요금 탓으로만 돌리려고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원가공개 논란이 그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요금 인가제라는 후진적인 규제가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해괴한 규제다. 요금을 올릴 때도, 내릴 때도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통신산업은 크지 못한다. 인가제부터 폐지해 요금경쟁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