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영국에 1억2500만 파운드(약 2136억 원)를 투자해 기술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16일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13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광둥성 선전의 화웨이 본사를 방문해 이런 내용의 투자유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기술연구소에 350명 인력을 채용해 유럽 및 미주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설립 장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영국의 이번 투자 유치는 서방국으로부터 중국 정부의 스파이로 활동한다는 의혹을 받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적극적으로 포용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은 화웨이에 대해 휴대전화기와 초고속인터넷 장비만 판매토록 허용하고 있으며, 호주는 국가 광통신망 프로젝트에서 중국발 사이버 위협 가능성을 우려해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했다.

영국의 정보기관에서도 화웨이의 시장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중국 자금 유치가 시급하다는 경제 논리에 밀려 기술연구소 투자가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본 장관은 이날 “일부 국가에서 화웨이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점을 알지만, 영국은 그렇지 않다” 며 “화웨이의 미래는 창창하며, 영국에서의 미래도 그렇다”고 말했다.

오스본 장관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맨체스터 공항 상업지구에 대한 중국 업체의 6억5000만 파운드 투자를 발표하고, 중국 기업에 원전 시장을 개방키로 하는 등 활발한 투자유치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 런던 금융기관이 중국 주식과 채권에 직접 투자하고, 영국 진출 중국 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