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누적수익률 1700%.’

신영자산운용의 허남권 자산운용본부장(전무)이 지난 17년간 매니저로 일하며 운용해온 펀드에 월급을 꼬박꼬박 투자해 얻은 수익이다. 자기펀드에 투자를 제한하는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올해 초 환매할 때까지 허 전무의 재테크 수단은 오로지 자사 펀드였다. 자산운용업계에서 견조한 운용 수익률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급 펀드 매니저들은 어떤 상품에 투자해 개인자산을 불리고 있을까.
자료:에프앤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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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한국밸류10년투자’에 ‘몰빵’

증권가에서 ‘가치투자의 명사’로 알려진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의 재테크 상품은 집과 일부 보험 상품을 제외한 현금자산 모두 한국밸류운용의 가치주펀드들이다.

한국밸류운용의 최근 5년간 국내 주식형펀드 운용수익률(10일 기준)은 103.16%. 한국밸류운용의 성과는 그간 이 부사장의 투자 수익률과도 비슷하다. 간판펀드 ‘한국밸류10년투자1’이 2006년 설정 뒤 누적수익률(11일 기준)만 154.89%다. 이 부사장은 “여윳돈이 생기면 모두 펀드에 거치로 넣어 두는 편”이라며 “매달 100만원씩 적립식 투자로 넣는다”고 말했다.

○최웅필, KB 가치주펀드 3인방에 투자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이사도 자신이 운용 중인 펀드 3인방이 유일한 투자 수단이다. 국내주식형펀드의 환매물결에도 불구, 올해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스타펀드(8364억원) ‘KB밸류포커스자’는 2009년 운용을 시작한 뒤 누적수익률이 123.63%다.

최 이사는 설정 5개월 뒤인 2010년 초부터 개인 자금을 투자, 거의 모든 현금자산이 들어가 있다. 연초부터 거센 자금몰이로 상반기 클로징한 ‘KB중소형포커스자’ 역시 그의 주요 투자처다. 2011년 말 출시돼 2년이 채 안된 기간 동안 53%의 수익을 누리고 있다. 최 이사는 “내가 운용하는 펀드니까 믿을 수 있기 때문에 가족들의 여윳돈까지 KB밸류펀드에 투자할 정도”라고 했다. 노후대비용 연금펀드마저도 그는 ‘KB밸류포커스30자’를 택했다.

○“내 펀드가 답, 아는 데만 투자”

허 전무를 비롯해 이 부사장, 최 이사 모두 직접 운용하는 펀드에 ‘몰빵투자’를 선택해 고수익을 고스란히 가져갔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초 매니저의 자기펀드 투자 자제를 권고하면서 허 전무는 17년간 투자했던 자금을 모두 회수, 다른 운용사 펀드로 갈아탔다. 허 전무는 “다른 운용사 상품 중 향후 2~3년 내 수익개선이 두드러질 펀드를 골라 ‘한국투자한국의힘’ ‘트러스톤칭기스칸’ 등 10개에 분산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과 최 이사는 회사 내부규정에 맞춰 자기펀드에 계속 투자 중이다. 이 부사장은 “외국도 매니저 성과급을 운용펀드에 편입, 나중에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회사 규정에 따라 신고하면 문제가 없고, 그만큼 책임감 있는 운용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