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계열 대부업체가 지난 1년 반 동안 계열사에 대출해준 돈이 1조5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양그룹이 계열 대부업체를 ‘사금고’처럼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 계열사들이 지난해부터 올 6월 말까지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빌린 돈은 1조5621억원이다. 자본잠식 상태였던 동양레저가 7771억원, 동양인터내셔널이 5809억원을 대출했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9월 말 현재 (주)동양에서 350억원, 동양시멘트에서 100억원, 동양생명에서 220억원을 빌렸고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에 각각 500억원, 200억원을 대출해 줬다.

동양그룹은 여신금융업체였던 동양파이낸셜을 2004년 대부업체로 전환시켰다. 지방자치단체의 느슨한 관리 감독을 받고, 대주주 신용공여 한도도 없기 때문이다.

또 동양시멘트의 회생을 이끌 관리인으로 김종오 현 대표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8일 김 대표를 불러 진행한 ‘대표자 심문’에서 “제3자나 공동관리인은 필요하지 않으며, 현 대표이사가 회생절차를 수행하는 데 적합하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자리에는 대표 채권자인 산업은행과 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동석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법정관리 기각 가능성을 배제하고, 오너 일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기존 경영진을 중심으로 법정관리가 진행될 것임을 의미한다. 채권단은 그간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데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같은 시기 법정관리를 신청한 (주)동양과 동양네트웍스 등의 법정관리인으로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과 이혜경 부회장 등이 임명한 기존 경영진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대규/이상은/정영효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