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증권업계 전체 총자산은 268조원 규모다. 은행권 자산(2031조원)의 13.2% 수준이다. 회사당 자산 규모는 더욱 초라하다. 증권사당 자산은 평균 4조3000억원인 반면 은행은 113조원에 달한다. 외환위기 직후 은행들이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대형화한 반면 증권업계에선 여전히 60여개 기업이 난립한 데 따른 결과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업황 악화로 주수입원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영업 실적이 쪼그라든 게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더 큰 문제는 동양증권 사태로 자본시장 신뢰에 금이 갔다는 점”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되 추가 규제를 도입하기보다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은행권에 편중된 한국의 금융시장 구조가 ‘시스템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내·외부 충격에 따라 한 은행이라도 흔들릴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보험업계 내부적으로도 대형사 집중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 상위 5개사(CR5)의 시장 집중도는 64.9%(2011년 말 기준), 보험사 집중도는 76.2%인 데 비해 증권사는 40.3%에 그쳤다. 대형 증권사라 해도 자본력이 취약하고 신설사 증가로 경쟁이 오히려 심화됐다는 진단이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 금융투자업계는 은행이나 보험사에 비해 차별을 받아왔다고 하소연한다. 대표적인 게 세제다. 은행권 위주인 재형저축과 보험사의 장기저축성보험, 즉시연금엔 비과세 혜택이 있는 반면 금투업계의 숙원인 장기펀드에 대한 소득공제 논의는 번번이 외면돼 왔다. 장기세제혜택펀드는 소득이 적은 사람이 국내 주식형펀드에 5년 이상 투자하면 납입액의 40%만큼 소득공제를 해주는 상품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은행들이 꾸준히 투자은행(IB) 업무 등 증권사 영역을 잠식하고 있는 반면 증권사들은 과도한 재무건전성 규제로 새 수익원을 창출하는 데 발목이 잡혀 있다”며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정부가 은행 위주의 금융산업 틀을 자본시장 중심으로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