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에 거둬들인 영업이익 10조1000억원은 매일 1097억8000만원을 벌어야 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또 3분기 매출 59조원은 하루에 6413억원어치씩 팔아치운 것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버는 회사가 또 있을까. 국내 기업 가운데선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은 지난 2분기 연결기준 실적을 발표한 1279개 기업의 전체 영업이익(33조7694억원)의 3분의 1에 달한다.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이 분기 기준으로 10조원을 넘는 회사도 SK에너지, 한국전력, GS칼텍스, 현대자동차 등 4~5개에 그친다.

세계적으로 따져도 드물다. 순이익 기준이긴 하지만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이 지난 7월 발표한 ‘글로벌 500대 기업’을 봐도 작년 기준으로 분기 평균 10조원, 즉 연간 40조원(약 378억달러)이 넘는 돈을 번 곳은 4곳에 불과하다. 미국 엑슨모빌과 애플, 러시아 가즈프롬, 중국 공상은행(ICBC)이 그 주인공이다. 올 3월 말 발표한 작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엑슨모빌은 449억달러를 벌었고 애플 417억달러, 가즈프롬 381억달러, 공상은행은 378억달러의 이익을 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 순위에서 세계 기업 가운데 12위였다. 그러나 상위권 대부분은 에너지나 금융 관련 회사여서 제조업체로 12위 안에 든 회사는 애플과 폭스바겐, 삼성전자 세 곳이 전부였다.

삼성전자는 언제부터 이렇게 돈을 많이 벌었을까. 이 회사가 연간 1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은 20년 전인 1993년이다. 당시 메모리 반도체에서 처음 1위를 차지하며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이어 1995년엔 연간 4조2800억원을 벌어 처음 분기 평균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연간 영업이익 10조원을 넘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외환위기 여파로 2001년 2조2950억원까지 뒷걸음질쳤다가 2004년 11조7610억원으로 연간 10조원의 벽을 깼다.

그리고 ‘갤럭시’ 신화를 만든 지난해 연간 29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더니 올 3분기에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