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불의에 침묵하면 당신도 공범
“조두순 사건은 피해자의 이름으로 불려야 합니다. 그 피해자로 인해 법도 생기고 제도도 생겨 제 2, 제 3의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왜 자꾸 피해자를 거론하느냐’고 합니다. 피해자임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강간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불편한 진실을 덮으려고만 합니다.”

《공범들의 도시》는 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인 범죄 심리 전문가 표창원 씨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씨가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이들은 자식 살해 사건 같은 한국형 범죄부터 전관예우 등 사법 정의까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논의한다.

저자들은 “증가하는 학교 폭력과 가정 폭력, 낮아지는 취업률, 커져가는 빈부격차로 사회 내 잠재적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진단한다. 그 분노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로 폭발한다는 것. 범죄가 일어난 사회적 배경과 맥락에 대한 고민없이 오원춘이나 조두순 같은 개인만을 악마화하면 사회의 일그러진 초상을 회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여러 범죄 이야기를 통해 불의에 침묵하는 모두가 공범이라고 일갈한다. “경찰의 무능함을 드러낸 괴씸죄로 신창원에게 선고된 무기징역+22년형이 과연 정당했는가” 질문을 던진다. 또한 저자들은 선진국에서는 살인 등 반인륜적 범죄의 공소시효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한 사람쯤 죽은 것은 괜찮다’고 여기는 국가 철학의 부재를 비판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