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공방] 2004년 당 대표시절부터 기초·국민연금 연계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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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표 기초연금' 어디서 나왔나
연금개혁 주장한 이회창 '2002년 대선패배' 지켜봐
朴, 2012년 국민연금 언급없이 기초연금만 공약
연금개혁 주장한 이회창 '2002년 대선패배' 지켜봐
朴, 2012년 국민연금 언급없이 기초연금만 공약
“국민연금 연계안은 성역과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기초연금 도입 방안 결정과정을 지켜본 보건복지부 한 고위 관료의 말이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차등지급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그만큼 강력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 시기는 2002년 대통령 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대선 패배의 충격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는 그해 대선에서 기초연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핵심은 국민연금을 두 개로 나누자는 것이었다. 하나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받는 기초연금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낸 만큼 받아가는 소득비례연금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당시 국민연금 지급액은 월평균 소득의 60%(소득대체율)였다. 이 후보는 보편적 복지인 기초연금을 도입하는 만큼 소득비례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0%로 깎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나름의 국민연금 개혁 방안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기민하게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그는 “연금은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이것을 깎을 경우 연금은 용돈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공격했다. ‘용돈연금’이란 말이 탄생한 순간이다.
선거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노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표 차이는 57만표. 당시 노인 인구가 400만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연금을 깎자는 주장이 선거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게 한나라당의 사후 분석이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국회의원으로 이 장면을 지켜봤다. 노인 관련 이슈를 잘못 다루면 대권을 놓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한다.
◆박근혜표 기초연금의 등장
2004년 3월 한나라당 대표를 맡은 박 대통령은 4월 총선에서 ‘노무현 탄핵’ 역풍을 딛고 당의 참패를 막았다. 그리고 곧장 대선 준비에 들어갔다. 연금 전문가들로 특별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윤건영 의원(현 연세대 교수)이 TF 팀장을 맡았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현 의원),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주요 멤버였다.
6월9일 한나라당은 ‘반쪽연금, 부실연금 대안은 없는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17대 국회 첫 토론회였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축사를 했다. 기초연금을 자신의 이슈로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같은 해 12월 윤건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내용은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나누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가입자 평균 소득월액의 20%를 지급하고, 소득비례연금은 본인 평균 소득의 20%로 낮추자는 내용이었다. 2년 전 이회창 캠프의 도입안보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소득대체율을 더 떨어뜨린 것이었다. 하지만 몇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우선 연금보험료를 9%에서 7%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덜 받는 대신 보험료도 깎겠다는 것. 여기에 기초연금 재원은 국가가 전액 부담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002년 대선시절에는 기초연금 재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었다.
◆2012년 대선 땐 구체적 언급 없어
당시 개정안은 다른 정치 이슈에 묻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못한 채 폐기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 즈음에 두 가지 확신을 갖게 됐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우선 1인1연금 정책을 통해 노인 빈곤율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 이는 국민연금 무가입자를 위한 별도의 연금, 다시 말해 기초연금을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의지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으면서 복지정책의 취지를 살려나가기 위해선 연계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현행 국민연금에 소득 재분배 기능이 들어가 있는 만큼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기초연금을 많이 지급하면 전체 복지의 형평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구상을 배경으로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주는 기초연금 공약을 전면에 내걸었다. 다만 구체적인 도입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2002년 섣불리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거론했다가 대선에서 패배한 기억을 떠올렸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지난 6월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논의한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 국민연금 연계안을 주요 의제로 다뤄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진영 전 장관과 복지부 실무 관료들은 소득에 따른 차등지급안을 거듭 주장했지만 청와대는 요지부동이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기초연금 도입 방안 결정과정을 지켜본 보건복지부 한 고위 관료의 말이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차등지급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그만큼 강력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 시기는 2002년 대통령 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대선 패배의 충격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는 그해 대선에서 기초연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핵심은 국민연금을 두 개로 나누자는 것이었다. 하나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받는 기초연금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낸 만큼 받아가는 소득비례연금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당시 국민연금 지급액은 월평균 소득의 60%(소득대체율)였다. 이 후보는 보편적 복지인 기초연금을 도입하는 만큼 소득비례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0%로 깎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나름의 국민연금 개혁 방안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기민하게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그는 “연금은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이것을 깎을 경우 연금은 용돈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공격했다. ‘용돈연금’이란 말이 탄생한 순간이다.
선거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노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표 차이는 57만표. 당시 노인 인구가 400만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연금을 깎자는 주장이 선거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게 한나라당의 사후 분석이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국회의원으로 이 장면을 지켜봤다. 노인 관련 이슈를 잘못 다루면 대권을 놓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한다.
◆박근혜표 기초연금의 등장
2004년 3월 한나라당 대표를 맡은 박 대통령은 4월 총선에서 ‘노무현 탄핵’ 역풍을 딛고 당의 참패를 막았다. 그리고 곧장 대선 준비에 들어갔다. 연금 전문가들로 특별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윤건영 의원(현 연세대 교수)이 TF 팀장을 맡았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현 의원),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주요 멤버였다.
6월9일 한나라당은 ‘반쪽연금, 부실연금 대안은 없는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17대 국회 첫 토론회였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축사를 했다. 기초연금을 자신의 이슈로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같은 해 12월 윤건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내용은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나누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가입자 평균 소득월액의 20%를 지급하고, 소득비례연금은 본인 평균 소득의 20%로 낮추자는 내용이었다. 2년 전 이회창 캠프의 도입안보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소득대체율을 더 떨어뜨린 것이었다. 하지만 몇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우선 연금보험료를 9%에서 7%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덜 받는 대신 보험료도 깎겠다는 것. 여기에 기초연금 재원은 국가가 전액 부담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002년 대선시절에는 기초연금 재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었다.
◆2012년 대선 땐 구체적 언급 없어
당시 개정안은 다른 정치 이슈에 묻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못한 채 폐기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 즈음에 두 가지 확신을 갖게 됐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우선 1인1연금 정책을 통해 노인 빈곤율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 이는 국민연금 무가입자를 위한 별도의 연금, 다시 말해 기초연금을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의지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으면서 복지정책의 취지를 살려나가기 위해선 연계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현행 국민연금에 소득 재분배 기능이 들어가 있는 만큼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기초연금을 많이 지급하면 전체 복지의 형평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구상을 배경으로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주는 기초연금 공약을 전면에 내걸었다. 다만 구체적인 도입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2002년 섣불리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거론했다가 대선에서 패배한 기억을 떠올렸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지난 6월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논의한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 국민연금 연계안을 주요 의제로 다뤄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진영 전 장관과 복지부 실무 관료들은 소득에 따른 차등지급안을 거듭 주장했지만 청와대는 요지부동이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