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매입 프로그램(3차 양적완화) 축소를 연기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지난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사전에 유출돼 금융 거래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증권 전문방송인 CNBC는 24일(현지시간) “뉴욕과 시카고의 일부 트레이더들이 FOMC 결정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빨리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회의 결과를 담은 성명이 발표된 오후 2시를 1000분의 5~7초 앞두고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활발한 트레이딩이 이뤄졌다는 것. CNBC가 사전 정보 입수를 의심하고 있는 세력은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로, 이들은 1000분의 1초 차이로도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

CNBC는 조사회사인 나넥스를 인용해 FOMC 발표 후 1000분의 7초 안에 시카고에서 8억달러가량의 선물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Fed가 정책을 발표한 워싱턴에서 시카고까지 정보가 전달되는데 1000분의 7초가 넘게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카고에서도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트레이더가 있다는 얘기다.

이날 매달 850억달러의 채권 매입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한 뒤 뉴욕 증시의 주가와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금 선물가격이 크게 올랐다. Fed가 계속 시중에 돈을 풀면 주식, 상품 등 자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에서다.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은 사전에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금 선물가격 상승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Fed는 언론사들을 상대로 엠바고(특정 시점까지의 보도 제한)를 적절하게 지켰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Fed 관계자는 “시장에 민감한 영향을 끼치는 정부 정책은 보통 발표 직전에 언론사에 자료를 배포하면서 엠바고를 엄격하게 지키겠다는 서약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