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가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전 뉴욕대 교수(52)와 가토 다카토시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가 한자리에 앉았다. 패널 토론에 앞서 가토 부총재가 2010~2014년의 경제 전망을 담은 발표 자료를 읽어내려갈 때 즈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탈레브 전 교수가 청중을 향해 격하게 소리쳤다. “멋진 넥타이와 정장을 하고선 이런 전망을 내놓는 사람들을 만나거든 반드시 따져 물으십시오. 과거엔 어떤 전망을 했는지 말입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엉터리 예측을 내놓는 경제학자들을 감옥에 보낼 수는 없겠죠. 그들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이런 유의 예언가들이 적어도 일반 대중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탈레브는 2007년 출간한 ‘블랙스완’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약 세계적 지성인으로 부상한 인물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는 일체의 경제 예측을 혐오한다. ‘블랙스완’과 최근에 내놓은 ‘허약성(fragility)’ 이론을 통해 그는 미래 예측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미래에 직면하게 될 자신의 인생 또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허약성을 어떻게 계량화하고 이에 대응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탈레브의 이력은 그의 이론만큼이나 특이하다. 할아버지가 레바논 내무부 장관을 지냈을 정도로 유력가의 자제로 태어났으나 15세 때 레바논 내전이 일어나면서 삶의 터전을 미국으로 옮겼다.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던 레바논이 이슬람과 기독교 간 종교 분쟁으로 갈라지면서 유복했던 삶이 파괴된 것 자체가 그에겐 ‘블랙스완 현상(검은 백조의 출현)’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에서 파생상품 전문 트레이더로 20여년을 일했고, 1987년 미국 증시의 대폭락 사태인 ‘블랙 먼데이’를 경험하면서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일단 발생하면 커다란 파급효과를 몰고 오는 사건’을 뜻하는 블랙스완 이론을 구상했다. ‘스타’가 된 뒤에도 탈레브는 집필 활동과 강연에만 몰두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는 “1년 365일 중에 300일은 집에서 책을 읽고 쓰며, 60일은 강연으로 전 세계를 다니고, 5일만 쉰다”고 말한다.

집필 외에 헤지펀드 컨설턴트로도 활약하고 있다.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돈도 펀드에 넣는다. 헤지펀드가 1% 손실이 나면 (조지 소로스 같은) 오너들은 다른 투자자보다 최대 50배에 이르는 손실을 안게 된다. 그러니 다른 투자 상품보다 믿을 만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도움말=김한수 < 시몬느인베스트먼트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