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강도 약해진 외국인…숨고르기? 자금이탈 신호?
끝없는 ‘화수분’(재물이 계속 나오는 단지)일까, 아니면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일까.

외국인 투자자가 20일 연속 총 8조3758억원어치에 달하는 한국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때마침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어 외국인의 다음 행보에 증시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둔화된’ 외국인 순매수

코스피지수는 24일 0.11% 하락한 2007.10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이날도 77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월별 순매수 사상 최고치(6조8457억원) 기록을 계속 써나갔다. 외국인의 최근 매수세는 2010년 이후 10일 이상 연속 순매수를 한 10차례와 비교할 때, 기존 누적 순매수 최고액(5조9000억원·2012년 1월10~27일)을 가뿐히 넘길 정도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외국인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는 진단이 많아졌다. 지난 5~16일 8거래일 동안 13일 단 하루를 빼곤 하루평균 5000억원이 넘던 순매수액이 추석 연휴 직전인 17일 3908억원으로 급감했다. 23일에는 3127억원까지 밀렸고 24일에도 장 초반 순매도로 출발했다가 ‘소폭’ 순매수에 그쳤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단기적으론 ‘꼭지’에 근접했다는 시각이 많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은 406조7803억원으로 이미 역대 11위다. 사상 최고치(410조406억원·2013년 2월28일)와 3조원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시총에서 외국인 보유 지분이 차지하는 비율도 34.66%로 올 최고치(35.07%, 3월4일)에 육박했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매수여력이 ‘목까지 찼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7월10일 이후 10조원 넘게 주식을 사면서 올 상반기 뱅가드 벤치마크지수 변경에 따른 유출액을 모두 상쇄했다”며 “가파른 지수 상승에 따른 방향성을 의식한 자금은 이미 거의 다 들어왔기 때문에 환율과 채권시장 동향을 봐가면서 당분간 ‘숨고르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자금 유입이 이어져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음달 18일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코스피지수 1950~2000 선에서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외국인 매수세는 마무리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추가 매수여력 2조~15조원 큰 편차

증시 전문가들은 10월까지 강도는 약해지겠지만 외국인 자금 유입 트렌드 자체가 바뀌진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통화정책이 ‘신중’모드인 가운데 유동성 장세가 단기간에 바뀌긴 힘들다”며 “작년 1~2월과 8~9월에도 글로벌 유동성 랠리를 배경으로 두 달 넘게 외국인 순매수세가 이어졌던 만큼 강도는 약해지겠지만 자금 유입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외국인의 추가 매수 여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 편차가 컸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추가 매수여력을 2조원 안팎으로 본다”고 보수적으로 평했다. 반면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영·미계 자금이 한국시장에 선도적으로 들어왔지만 아직 아시아지역 자금은 제대로 유입되지 않았다”며 “유입가능 금액의 60~70% 정도만 들어온 만큼 3조~4조원가량 더 들어올 여지가 있다”고 했다.

오성진 센터장은 “환율과 채권시장 상황, 미국과 유럽 경기 등이 주식시장에 우호적이라면 과거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비중 고점을 고려할 때 최대 15조원가량의 추가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