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 따라나선 조선 소년 해풍이의 모험
“우리 어린이들의 상상력이 국토 크기 때문에 제한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선시대 때 바다를 벽으로 인식하고 세상이 막혀 있다고 생각했던 것처럼요. 바다를 벽이 아닌 길로 인식하는 순간 아이들의 세상이 수천 배 확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올해의 예술상, 창원 아동문학상 등을 받은 아동 작가 김남중 씨(사진)가 24일 ‘해양 소년 소설’ 《나는 바람이다》(비룡소)를 발표했다. 17세기 조선에 13년간 억류돼 있다가 나가사키로 탈출한 하멜을 따라나선 소년 해풍이의 모험담이다. 당시 하멜을 따라나서 세계로 나간 조선 아이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이번에 출간된 1권 ‘빨간 수염 사나이 하멜’과 2권 ‘나가사키에 부는 바람’은 일본에서의 모험을 그린 1부. 앞으로 동남아 무역의 중심지였던 바타비아(현재 자카르타)에서의 2부, 인도양과 희망봉을 지나 유럽으로 가는 3부, 카리브해에서의 모험 등 총 4부를 쓸 계획이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4일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작가는 “어린이뿐 아니라 이 시대 한국인에게 몸으로 직접 부딪치면서 경험을 얻고 그것들이 서로 엮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하다고 생각했다”며 “학교 학원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간접적으로라도 큰 세상과 모험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작가는 직접 국내 유일의 범선 ‘코리아나호’를 타고 여수를 출발해 나가사키로 가 취재했다. 겨울에는 자카르타로 떠나는 등 2~4부의 무대가 되는 지역도 직접 모험하고 자료와 문헌을 녹여낼 계획이다. 작가는 또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 상권과 경제적 이권을 빼앗긴 현지인들 등 세계사적 아픔이 담긴 모습도 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