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유지를 결정한 후 다시 외국인 수급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유동성 확보로 외국인의 매수 행진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국인이 6조원 규모의 추가 매수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8월 23일부터 9월 23일까지 19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해당 기간의 누적 순매수 금액은 8조2000억 원에 달한다. 7월분까지 더하면 누적 순매수 금액은 총 9조6000억 원이다. 뱅가드 벤치마크 변경으로 인한 매물 출회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순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Fed의 양적완화 유지는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의 확보 차원에서 신흥국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돈이 더 머무르게 할 것"이라며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추가 매수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추가 매수 가능 규모는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7월 말 이후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상승분(5.25%)을 차감하고 국내 투자펀드 순자산과 투자 비중을 고려하면 외국인이 추가 매수할 수 있는 여력은 5조9000억원 수준이라는 것.

김 연구원은 "한국관련 펀드들의 한국투자 비중은 평균 이하로 떨어져 있다"며 "상반기 뱅가드 물량, 일본 대비 디스카운트 됐던 점 등을 감안하면 주요 글로벌 펀드의 한국 투자비중은 금융위기 이후 수준까지 회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자금의 성격이 '액티브'에서 '패시브'로 변하는 것도 수급 안정에 긍정적이다. 패시브 자금은 인덱스 투자 성향이 강해 바스켓 매매로 지수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다. 또 액티브 자금에 비해 투자 시기가 장기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수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신흥국 아시아 펀드군 내 한국펀드로 6억200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며 "이는 올 들어 최대 규모로 6억 달러가 패시브 펀드, 2000만 달러가 액티브 펀드로부터 유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수급 안정성을 흔들 변수는 존재한다. 3분기 기업실적 발표, 미국 정치권의 예산안 처리 및 부채한도 증액 등이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오는 10월 시작되는 3분기 기업실적 발표와 미국 부채한도 상한 증액 문제로 전환될 전망"이라며 "변수들이 외국인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